오피니언 > 사설

[사설] 野의 가벼운 입 공격하다 더 가벼워진 與

서울외신기자클럽이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의 논평을 비판하며 성명을 냈다. 이례적인 일이다. 발단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 중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게 해 달라”는 대목이었다. 여당은 국가원수를 모독했다며 강하게 비난했고, 나 원내대표는 자기가 한 말이 아니라 6개월 전 외신 보도를 옮긴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나온 민주당 논평이 문제가 됐다. 논평은 외신 보도를 “블룸버그통신의 ○○○ 기자가 쓴 악명 높은 기사”라고 특정하며 “그 기자는 국내 언론사에 근무하다 블룸버그 리포터로 채용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문제의 기사를 게재했다. 미국 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고 했다. 외신기자클럽은 여당이 기사에 문제를 제기하며 언론사가 아닌 기자 개인을 상대로 한 점, 공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개적인 논평을 활용해 기자의 신변에 위협이 가해지게 된 점을 지적했다. 유감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가벼웠다. 그 말을 꺼낸 무대는 사석이나 야당 회의석상이 아닌 국회 본회의장이었다. 정당을 대표해 국민 앞에 서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며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발언이 부른 논쟁의 과정은 이보다 훨씬 더 가볍다. 당사자는 외신을 방패막이처럼 앞세웠고, 여당은 그 외신을 뒤늦게 공격하고 나섰다. 논평에 적힌 것처럼 그렇게 문제가 많은 기사였다면 청와대가 블룸버그에 정식으로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를 요구해야 할 일이었다. 여당은 그런 대응이 없었던 6개월 전 기사를 놓고 블룸버그란 매체는 슬쩍 피한 채 기자 개인을 겨냥했다. 기자가 한국인임을 들어 “매국”이란 표현을 쓴 대목은 민주당의 언론관을 의심케 한다.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된 나라의 집권당에서 특정인을 ‘매국 기자’로 낙인찍는 행태가 과연 타당한 것인가. 앞으로 언론 보도를 애국적인 기사, 매국적인 기사로 분류할 셈인가.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이런 표현을 쓰려 하는가. 야당의 말이 저급하다고 지적하던 여당이 덩달아 저급한 인식을 드러냈다. 정치권이 경쟁하듯 내보이는 가벼움의 수위가 참을 수 없는 지경을 향해 가고 있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