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설

[사설] 한국당 정체성 의심케 하는 태극기 부대 연설회 소란

카오스가 지배하는 한국당… ‘전두환은 영웅’이라는 태극기 부대와 절연 못하면 확장성 기대하기 어려워

그제 대구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대구·경북 합동연설회는 태극기 집회를 연상시켰다. 앞으로 한국당을 이끌어갈 새 지도부의 능력과 비전, 도덕성을 검증하는 자리여야 할 토론회는 태극기 부대의 난무하는 야유와 욕설 속에 난장판이 됐다. 지도부의 자제 요청도 소용없었다. 카오스가 지배하는 한국당의 현주소다.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만인이 누려야 하는 기본적 권리다. 하지만 거기에도 원칙은 있다. 민주사회의 기본질서를 해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내 의견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의견도 소중하고, 내 의견이 존중받으려면 타인의 의견 또한 존중하기 마련인데 태극기 부대는 그렇지 않았다. 당 대표 경선에 나선 김진태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에게 그를 당 윤리위에 회부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빨갱이’고, 5·18은 여전히 폭동이다.

이들은 자신과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을 적으로 간주한다. 그것도 그릇된 역사인식으로 무장하고서 말이다. 이 같은 혐오정치는 나치가 그랬듯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이들을 단속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부 후보는 태극기 부대를 득표에 활용까지 하고 있다. 표만 된다면 이들의 역사인식이나 가치관은 문제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지도부가 수수방관하는 사이 일부 후보의 주장은 금도의 수준을 넘었다. 저주와 다름없다.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은 야당의 중요한 책임 중 하나다. 단, 사실과 진실에 근거해야 한다. 책임 있는 공당이라면 비판과 근거 없는 저주는 구분해야 마땅하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한국당의 외연 확장은 필요하다. 그러나 옥석은 가려야 한다. 현 정권에 반대한다고 해서 역사를 부정하고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는 세력과 마구잡이로 손잡는 것은 합리적 보수를 추구하는 한국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다. 이미 태극기 부대 주장을 옹호하는 대한애국당이 존재한다. 모든 한국당 구성원들은 5·18 망언이 나온 이후 지지도가 떨어지고 당내에서도 태극기 부대와 결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

태극기 부대가 최근 대거 한국당에 입당했다. 제도권 진입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노림수다. 이들의 가세로 한국당 당원 수가 늘지는 모르겠으나 결국 소탐대실이다. 태극기 부대 주장에 동조하는 국민이 많은지, 콧방귀 뀌는 국민이 많은지를 안다면 답은 자명하다. 한국당이 ‘전두환은 영웅’이라는 태극기 부대와 절연하지 못할 경우 더 이상의 확장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