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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 사법 불신 키우는 ‘재판 불복’ 당장 중단하라

김경수 지사 판결에 과도한 정치공세로 대응하는 건 자가당착…입맛에 맞으면 용기이고, 불리하면 적폐인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1심 판결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이 격앙된 반응을 여과 없이 쏟아내고 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31일 당 공식 회의에서 “사법농단 실체가 드러나자 여전히 사법부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양승태 적폐 사단이 조직적 저항을 벌이고 있다” “불순한 동기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 정부를 흔들지 말라”며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판결 직후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를 꾸려 당 차원에서 대응에 나섰다. 대책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박주민 최고위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판을 담당한 부장판사가 양승태 비서실에서 2년간 근무했고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던 점을 거론한 후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의 판사들도 절대 다수가 사법농단과 관련된 판사들이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판결에 불만이 있을 수 있겠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도가 지나치다. 재판부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사법부의 독립을 흔드는 무책임하고도 위험한 발언이다. 보복성 판결이라고 주장하지만 납득할 만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재판부의 성향을 문제 삼고 선고 기일 연기, 이례적인 중형 판결 등을 거론하는 게 고작인데 재판 불복의 근거로는 부족하다. 담당 부장판사는 지난해 7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사건과 공천개입 사건 1심에서 각각 징역 6년과 징역 2년을 선고했다. 2016년 말에는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당시 여권 인사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여러 건 발부했다. 당시에는 합당하고 용기 있는 판결이고 결정이라며 환영하더니 이번에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결이라고 ‘적폐 판사’ 딱지를 붙이는 것은 터무니없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결은 선이고 불리한 판결은 악이란 말인가. 이런 식이라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과 사법부의 중형 선고에 반발하는 일부 추종세력과 하등 다를 게 없다.

민주당은 재판을 정치판으로 끌어들이는 일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여권의 핵심 인사가 댓글 조작에 관여했다고 판결이 난 만큼 우선 사과하고 자중하는 게 도리다. 그런 다음 향후 재판에서 증거와 법리로 무죄를 다투면 된다. 이렇게 재판에 불복하고 재판부를 공격하며 사법 불신을 조장하는 것은 집권 여당으로서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태도다. 이런 대응은 자신들이 추진하겠다는 사법 개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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