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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예타 면제,국가재정법 위반 아닌가

환경부 산하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는 이명박정부 때 4대강에 설치한 16개 보의 합리적 처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해 8월 외부 전문가를 합쳐 40여명으로 출범했다. 공동위원장인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는 24조원 규모 재정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없이 강행키로 한 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학자로서의 고뇌가 생생히 담겨 있다.

홍 위원장은 “천문학적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의 절차적 정당성과 사회적 합리성을 최대한 담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인 예타를 건너뛰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소식 앞에 망연자실하다”고 했다.

그는 ‘인구가 적은 지역은 예타를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정부 논리도 강하게 반박했다. 사람 없고 여건 열악한 지역 사업은 예타를 수행하면 어차피 경제성 없게 나올 것이고 그러면 영영 못할 것이라는 항변을 듣는데 그렇지 않다고 했다. 예타에는 비용편익분석 결과에 기초한 경제성 평가 외에도 정책적 분석을 통해 지역 낙후도, 지역 균형발전, 환경 및 사회적 가치 등 다양한 중요한 기준과 지표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틀이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경제성 분석은 사업 추진 여부를 가리는 유일한 기준이 아닌 것이다.

그는 “정부가 가차 없이 휴지통에 던져버린 평가 방법을 사용해 국민께 4대강의 미래를 설명하고 설득한다는 것이 얼마나 모순된 일인가”라며 허탈해했다. “이런 이중적인 잣대로 국정을 운영해 온 것인가? 내년 총선이라는 정치적 일정에 꿰맞춘 것이라는 비판에서 진정 자유롭다고 할 수 있는가?”라고 항변했다. 홍 위원장은 “나는 마음이 괴롭고 국민들께 죄송해서 도저히 이렇게 하지 못하겠다”며 31일 전체회의에서 사퇴 여부를 밝히겠다고 했다.

홍 위원장은 2012년 부산고등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명박정부가 4대강 사업에 대해 예타를 면제한 것은 국가재정법 위반이라고 지적한 장본인이다. 법원은 ‘위법’ 판결을 내렸다. 이번 예타 면제도 여론의 심판대뿐 아니라 법의 심판대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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