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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文정부판 4대강 강행… 원칙도 신뢰도 잃었다

‘토건국가 않겠다’는 대선공약 무색
소득성장 고집해 경제 예상보다 악화되자 선심성 재정 퍼붓기 무리수


정부가 여론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29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 대상 사업을 확정, 발표했다. 많이 줄였다지만 23개 사업에 소요 예산이 24조1000억원에 이른다. 대부분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다. 김천∼거제 간 고속 간선철도인 남북내륙철도(4조7000억원), 평택∼오송 고속전철 복복선화(3조1000억원), 새만금국제공항(8000억원) 등이 포함됐다.

이들 사업에는 국가 균형발전 프로젝트란 이름이 붙었다.지역 균형발전의 정당성과 필요성에 이의를 제기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수천억에서 5조원 가까운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경제성과 타당성을 따지지 않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인구가 적고 인프라가 취약한 비수도권은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가 어려워 대규모 프로젝트 진행이 늦어지고 있다”며 예타 면제 이유를 댔다고 한다. 하지만 예타는 경제성만 보지 않는다. 사회적 가치도 예타의 중요한 기준이며, 거기에는 지역 균형발전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예타는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다. 이를 하지 않겠다는 건 사업 결과에 상관없이 어떻게든 예산만 뿌리면 된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이번 발표로 정부가 지켜야 할 원칙도 깡그리 날아가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전 SOC 투자를 통한 경기부양은 않겠다고 공약했다. 이명박·박근혜정부를 예산 낭비하는 토건국가라며 가장 강력 비판했던 게 여당이다.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간부는 “예타 면제 규모가 22조원이 들어간 4대강 사업을 넘어섰다”며 이번 정부가 MB정부 나무랄 자격이 없다는 투로 말했다.

문재인정부가 이처럼 원칙도 허물고 약속도 깨는 건 그만큼 경제 악화로 인한 민심 이반이 심하다는 방증이다. 실제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지표보다 훨씬 심각하다. 여기에는 제조업 경쟁력 약화 등 구조적 원인도 작용했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빼놓을 수 없다. 여권은 총선이 1년 여 밖에 남지 않았는데 민심이 이렇게 흔들리자 물불 가릴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쏟아지는 경고와 충고에도 정책 기조의 변경은 없다고 고집을 피운 결과다. 정부가 좀 더 유연하게 잘못 꿴 경제정책의 단추를 다시 채웠더라면 이처럼 원칙과 약속을 깨는 무리수를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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