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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초연금 부담으로 재정 위기 호소한 부산 북구청장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정명희 부산 북구청장이 지난 16일 기초연금 예산 국비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편지를 청와대 자치분권비서관실에 보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기초자치단체장이 청와대에 제도 개선을 요청하며 편지를 보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정 구청장은 편지에서 “북구는 재정 자립도 전국 최하위, 전국에서 둘째로 높은 사회복지비 부담 등 다중 재정고를 겪고 있어 사회복지비를 제외하면 인건비 등 경상경비를 편성하기에도 벅차다”며 “구청장의 역량과 직원들과의 합심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국가 부담을 더 확대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 구청장은 “기초연금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65세 이상 노인의 기초연금에 대한 국가 부담분을 10~20%가량 늘려주고 장기적으로 북구 같은 지자체를 ‘복지특구’로 지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정 구청장과 통화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해 보자”고 말했다.

북구의 재정 상황과 복지비를 들여다보면 정 구청장의 편지 내용이 결코 과장된 것은 아니다. 올해 북구의 본예산 4125억원 가운데 복지비는 2945억원(71.4%)에 달한다. 북구의 복지비 비중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현행 기초연금법에 따르면 지자체의 노인 비율이 낮을수록 기초연금 분담률이 1%에서 4%, 9%로 높아진다. 부산 지역 지자체 가운데 북구와 강서구만 분담률이 9%이고, 10곳은 4%, 4곳은 1%에 불과하다. 북구의 분담액은 79억5500만원으로 부산 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다. 북구는 올해 예산에 공무원 인건비 중 130억원을 편성하지 못했다. 추가경정예산으로 인건비를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빚을 내서 공무원 월급을 줄 정도로 재정이 열악한 것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북구는 재정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다른 지자체들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고령화가 심화할수록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공무원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지자체에 혁신성장이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복지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려면 가장 먼저 재정 여력과 부담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 결코 포퓰리즘에 휘둘리면 안 된다. 중앙정부는 북구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합리적인 방향으로 복지정책을 조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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