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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료진 보호할 ‘임세원법’ 서둘러 제정해야

대형병원에서 환자의 흉기에 찔려 사망한 임세원 서울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한 ‘임세원법’ 제정이 추진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관계자는 2일 “안전한 진료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 유가족들의 유지”라며 “학회 주도로 임세원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정신의학의 발전과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해 설립된 의사들의 학술단체로 임 교수도 이 학회 회원이었다. 임 교수는 지난달 31일 강북삼성병원 진료실에서 환자 A씨가 흉기를 꺼내자 복도로 피했으나 A씨가 뒤쫓아 나오며 휘두른 흉기에 가슴을 수차례 찔려 숨졌다. 고인이 훌륭한 의사이고 치유자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추모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

임 교수의 사망은 법과 제도 미비로 빚어진 안타까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응급실에서 의료진을 폭행한 사람을 가중 처벌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했지만 응급실을 제외한 병원 안에서 의료진을 보호하고 폭행범을 가중 처벌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청원경찰을 의무화하면 의료기관에 재정 부담이 된다” “의료법 자체가 일반 형법보다 처벌 수위가 세다”는 논리로 논의를 유보시켰다.

우리나라는 퇴원한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져 앞으로도 임 교수와 같은 선의의 피해자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2016년 기준으로 전체 중증 정신질환자의 70%인 14만6855명이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 등에 등록되지 않았고, 우울증·자살 위험 상담을 받은 성인 가운데 95.2%인 19만6344명이 추후 진료를 받지 않고 방치된 것으로 집계됐다. 각종 공동체가 무너지고 사회 변화가 가속화하면서 정신질환자들이 점점 늘어날 공산이 크다. 진료실에서 의료진을 향한 폭력도 2016년 578건에서 2017년 893건, 지난해 상반기 582건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임 교수 사망 사건을 계기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부정적 시각으로 봐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들을 정성껏 진료하는 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마냥 미룰 수는 없다. 정부와 국회는 의료계와 머리를 맞대고 빠른 시일 안에 실효성 있는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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