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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저임금 속도조절, 이번엔 말로 안 끝나게

여권,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등 본격 논의… ‘법안이 청와대 가면 노동계 입김 가득해져’ 말 나오지 않게 해야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최저임금 10.9% 추가 인상을 앞두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금보다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지면 장사든 기업이든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청와대가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대폭적으로 손볼 태세다. 이를 통해 최저임금이 매년 크게 오르는 악순환을 막겠다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정례 회동에서 최저임금 결정 구조 개편 방안을 보고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도 최근 여러 차례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만시지탄의 감이 적지 않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격언을 믿어보고자 한다. 현재 최저임금은 객관적 근거 없이 노동계와 경영계가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인상률의 중간값 정도로 결정되는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다. 사측이 인상률 0%, 노측이 40%를 내세우면 인상률은 20%로 결정되는 식이다.

홍 부총리의 방안은 최임위를 이원화하는 게 골자다. 구간위원회가 생산성과 물가상승률 등 경제지표를 고려해 합리적인 최저임금 구간을 설정하고, 결정위원회는 구간 범위 내에서 최종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노사 간 ‘거래’에만 맡겨놓다 결국 공익위원들이 정치적으로 결정하는 악습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노동계가 반발할 게 불을 보듯 환하다. 그래서 청와대의 정책적 의지가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여야정 합의로 결정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도 노동계가 반발하자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경사노위로 넘겨버린 바 있다. 관료들도, 민간 전문가들도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 속도조절’ 발언에 기대 반, 우려 반인 것이 다 그 때문이다. 입법 과정에서 당초의 취지와 동떨어지게 물타기되거나 최임위 위원이 한쪽에 치우치는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도 우려된다.

정부와 청와대는 최저임금 인상뿐 아니라 고용 부진의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는 경직적인 주52시간 근로제도 조속히 손봐야 한다. ‘귤화위지’(橘化爲枳, 강남의 귤이 강북에 가면 탱자가 된다)라는 성어처럼 경제 논리에 따라 어렵게 만든 중립적인 정책도 청와대만 가면 노동계 입김만 가득해 돌아온다는 말이 있다. 이번에는 이런 말이 나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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