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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누가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말하게 하나

“현실과 괴리된 대통령 경제 인식은 청와대 경제팀 책임… 대통령 눈 가리는 논리와 통계가 문제”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조선과 자동차업이 호전되고 있다며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처럼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선의 경우 올해 수주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늘어 시장점유율이 44%로 세계 1위를 탈환했고 자동차는 수출 감소와 구조조정으로 생산이 감소하다 8월부터 10월까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인용한 수치는 맞다. 하지만 물이 들어오는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조선업의 경우 회복세이긴 하다. 지난 10월까지 우리 업계는 224척을 수주했다. 그러나 10년 전의 5분의 1도 안 된다. 지난해 수주량이 워낙 적어 71% 증가한 수치가 나온 것이다. 국가별 수주 잔량도 중국 36%에 이어 한국 27%, 일본 17% 순이다. 내년 전망도 좋지 않다.

자동차의 경우 8월부터 10월까지 97만대를 생산해 전년 동기 대비 6.4% 늘었다. 그러나 1월부터 7월까지는 마이너스다. 현대차는 영업이익이 4분의 1로 줄어 어닝쇼크까지 겪었다. 당분간 좋아질 기미도 없다. 현대차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됐고 주가는 9년 만에 처음으로 10만원 아래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8∼10월은 추석 연휴와 파업 등으로 생산량이 적었다. 6.4% 늘어난 것은 기저효과에 따른 것으로 의미 있는 수치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대통령으로서 각종 경제 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희망과 용기를 북돋우기 위해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발언을 할 수는 있다. 제조업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를 탓할 수 없다. 하지만 경제 실상과는 동떨어진 발언이 반복되고 있는 점이 문제다. 문 대통령은 이달 초 국회 시정연설에서 “세계가 우리 경제 성장에 대해 찬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청와대 경제팀이 만들어준 자료를 보고 발언을 한다. 진보 성향의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제조업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데 일부 통계로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대통령을 오도하는 청와대 경제팀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는 보좌진을 교체하지 않는다면 경제 위기는 더 빨리 더 크게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침체로 인해 문 대통령 지지율이 50% 초반으로 떨어졌다. 경기 침체는 구조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청와대 경제팀의 미숙한 정책 운용도 한몫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깎아먹고 있는 참모들이 문 대통령의 귀와 눈을 붙잡고 그럴듯한 논리와 통계를 들이대고 있다. 이러니 문 대통령의 경제 인식이 현실과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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