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설

[사설] 생활적폐 청산하려면 정부·여당부터 기득권 버려야

“공공기관 채용 비리·유치원 비리 등 9개 과제 선정… 서울교통공사 국정조사 수용이 청산의 출발점”

정부가 20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열어 생활적폐 근절에 대한 대책들을 논의했다. 국민권익위원장 등 부패방지 관련 기관장과 관계 부처 장관, 청와대 핵심 참모 등 30여명이 참석해 생활적폐 근절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부처별 중점 추진 과제를 보고·공유했다. 정부는 출발의 불평등, 우월적 지위 남용, 권력유착 및 사익편취 등 3개 분야 총 9개 과제를 생활적폐 청산 대상으로 선정해 집중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9개 과제로는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유치원(학사) 비리, 취업준비생에게 배신감과 박탈감을 안겨준 공공기관 채용 비리가 포함됐다. 공공분야 불공정 갑질, 보조금 부정수급, 지역토착 비리, 편법·변칙 탈세, 요양병원 비리, 재건축·재개발 비리, 안전 분야 부패도 선정됐다.

이들은 민생현장에 똬리를 틀고 국민들의 삶을 짓눌러온 비리와 부조리다. 정부가 출범 후 검찰 경찰 사법부 국가정보원 안보지원사령부(옛 국군기무사령부) 정부부처 등 국가기관을 대상으로 청산 작업을 벌여온 권력형 적폐와는 결이 다르다. 권력형 적폐 청산은 여야의 이해가 맞부딪쳐 정치적 논란과 사회적 갈등을 유발했지만 생활적폐 청산은 대다수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것이다. 누가 정권을 잡든 여와 야를 가리지 않고 협력해 발본색원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관행처럼 굳어진 고질적 비리여서 역대 정부에서 보듯 청산이 말처럼 쉽지 않다. 최근 사립유치원 개혁 추진 과정에서 지켜봤듯 적폐 구조에서 이득을 취해온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정치권 및 국민이 지속적으로 관심과 성원을 보내야 한 발이라도 나아갈 수 있다. 관련 법과 제도를 마련하고 위반하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시행 2년을 맞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도 흔들림 없이 시행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무엇보다 정부와 여당이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자기 쪽 사람을 챙겨주거나 표를 의식해 이익집단에 끌려다니거나 타협해서는 개혁이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집권 세력이 앞장서서 ‘반칙과 특권’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생활적폐 청산 작업에 힘이 실릴 수 있고 야당과 민간의 협조와 동참을 이끌낼 수 있다. 공공기관 채용 비리를 개선해야 할 대표적인 생활적폐로 지목하면서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에 대한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는 거부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상대방의 적폐는 일벌백계하고 우리 편의 적폐에는 눈을 감겠다는 꼴이 아닌가. 국정조사는 물론 검·경 수사까지 감수하겠다는 태도로 채용 비리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그게 생활적폐 청산의 출발점이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