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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독일서 했던 광주형 일자리, 한국서 무산된다면…

독일 실업률이 10%를 넘었던 1999년 폭스바겐은 노조에 ‘아우토 5000’ 프로젝트를 꺼냈다. 공장을 새로 지어 월급 5000마르크에 실업자 5000명을 채용하려는데 동의하겠느냐고 물었다. 5000마르크는 폭스바겐의 기존 임금보다 20% 낮지만 1인당 국민소득보다는 30% 높은 수준이었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임금을 좀 낮추자는 제안을 노조는 받아들였다. 2002년 독립법인으로 문을 연 새 공장은 7년간 히트작 투란과 티구안 생산기지 역할을 한 뒤 고용위기가 어느 정도 해소된 2009년 폭스바겐에 편입됐다. 이 공장은 원래 동유럽 저임금 국가에 지으려던 것이었다. 노조는 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것보다 국내에 머물러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 이는 불황을 극복하는 힘이 됐고 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며 새 공장 임금도 제자리를 찾았다.

이 실험을 벤치마킹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벼랑 끝에 몰렸다. 국회가 예산 심의를 끝내는 15일까지 타결되지 않으면 예산 확보가 어려워 추진 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 현대자동차와 광주시의 투자로 새 공장을 짓고 기존 현대차 임금의 절반 수준에서 직원을 채용한다는 구상은 직접 고용 1000여명, 간접 고용 1만2000여명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의 하향 평준화를 우려하며 회사가 합의문에 서명하면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일자리를 택한 폭스바겐 노조와 반대로 임금 사수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론 결코 지금의 임금을 지킬 수 없다. 고용대란이 경제 전반의 위기로 심화되면 현대차 노조원이 누리는 고임금 체계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국가경제와 기업의 쇠락이 불러오는 파장을 우리는 여러 차례 경제위기에서 충분히 경험했다. 일자리 창출은 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광주·전남 대학생·고등학생이 잇따라 성명을 내며 이 사업의 성사를 호소했다. 그만큼 절박한 일을 고임금 기득권을 위해 포기할 순 없다. 끝내 무산된다면 노동시장 경직성은 한층 견고해지고 일자리 돌파구는 요원해질 것이다. 노동계는 장외집회로 세를 과시할 게 아니라 상생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12일 현대차를 찾아가 막판 협상을 벌인다. 반드시 성과가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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