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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죽음 부르는 가정폭력에 관대해선 안 된다

최근 서울 강서구 등촌동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40대 여성이 전 남편에게 살해된 사건은 가정폭력 범죄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가해자는 20여년 전 결혼한 후 아내와 딸들을 걸핏하면 폭행했다고 한다. 견디다 못해 2015년 이혼했지만 그게 고통의 끝이 아니었다. 휴대전화 번호를 10여 차례 바꾸고 거처를 여섯 번이나 옮기며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찾아와 “같이 죽자”며 흉기로 위협했고 방화까지 시도했다. 결국 가해자는 흉기를 마구 휘둘러 전 아내를 살해하고 말았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비극을 막지 못한 것은 가정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응 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는 걸 의미한다. 지난해 여성긴급전화 1366에 걸려온 가정폭력 상담 전화는 18만건이 넘었다.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해 어지간해선 신고하지 않는 걸 감안하면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일 것으로 짐작된다. 폭력 수위도 단순 손찌검을 넘어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배우자 혹은 애인 등 친밀한 사이에 발생한 여성 살해 건수가 82건, 살인미수가 105건이다.

그런데도 피해자를 보호하는 장치는 너무 허술하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이고 집안일이라며 적극 개입하길 꺼려하고 처벌도 약하다. 2015년부터 올해 6월까지 검거된 가정폭력 사범 16만4020명 가운데 구속된 이는 겨우 1% 남짓이다. 폭행 정도가 중한데도 불구속 수사하거나 금방 풀어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일시퇴거나 접근금지 등 재발을 막기 위한 임시조치나 법원의 접근금지명령을 어겨도 과태료 처분이 고작이다. 이래서는 가정폭력을 줄일 수 없다. 생명이나 신체를 위협하는 폭력에 더 이상 관대해선 안 된다. 가정폭력도 엄연한 범죄라는 인식이 확립될 수 있도록 가해자를 엄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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