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설

[사설] 아이들을 볼모 삼는 행태 이참에 뿌리 뽑아야

“시간은 사립유치원 편이다… 조속한 입법 통해 조직적 저항 차단하고 비리 근절 속도전 나서길”

정부와 여당이 유치원 비리 근절 대책을 내놨다. 크게 여섯 가지 방안이 담겼다. 국공립유치원을 확대하고 사립유치원에도 국가관리회계시스템 에듀파인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감사 결과를 공개하며 유치원 운영에 학부모가 참여하는 길을 넓힌다. 사립유치원 집단행동에 대한 제재 규정을 마련하고 설립자와 원장의 자격 요건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단기간에 마련한 대책임에도 비교적 촘촘한 구성을 갖췄다. 툭하면 집단 휴원에 나서 학부모를 애태우던 사립유치원 행태에 강경한 대응책을 마련한 점이 눈길을 끈다. 집단적인 원아모집 중단이나 휴·폐원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감에게 운영개시 명령권을 부여하고 불응할 경우 행정처분과 고발 등 제재에 나서기로 했다. 사립유치원 집단행동은 유아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학부모에게 보육대란의 고통을 안겨주는 행태였다. 실력 행사를 통해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머물러온 결과가 비리의 만연으로 이어졌다. 아이들을 볼모 삼아 이익을 취하는 관행을 이번 기회에 뿌리 뽑아야 한다. 조직적 저항을 차단하는 일은 나머지 대책을 실행하기 위해서도 선결돼야 할 조건이다. 조속히 법률을 개정해 시행하기 바란다.

현재 25% 수준인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을 2021년까지 40%로 높이는 계획은 숫자보다 내실이 중요하다. 국공립유치원은 올해 들어 54곳이 새로 생겼고 학급도 501개 증가했지만 원아는 겨우 32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주로 농어촌 지역에 국공립을 확충했기 때문이다. 사립유치원이 이미 자리 잡은 지역은 그들의 반발에 밀려 피하다 보니 그동안 유아교육 수요가 적은 곳에서 국공립 증설이 이뤄져 왔다. 정부는 내년에 국공립유치원 학급을 1000개 늘리기로 했다. 절반은 지역이 정해졌고 나머지는 이제부터 늘릴 곳을 찾아야 한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대도시의 국공립 취원율은 모두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돌고 있다. 사립유치원의 기득권을 위해 세금을 허투루 쓰는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수요를 기반으로 국공립유치원 증설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번 대책의 많은 부분은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등 법률을 개정해야 실행에 옮길 수 있다. 국회의 역할이 핵심적이고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유치원 비리 근절은 여당에서 제기한 이슈이기 전에 수많은 가정의 삶과 직결된 민생 문제다. 초당적 접근을 통해 신속히 입법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시간은 학부모의 편이 아니다. 교육계에선 “마지막에 누가 웃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시간이 흘러 국민적 관심도가 낮아지면 조직력을 가진 사립유치원의 로비와 저항에 개혁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 선거가 멀찍이 떨어져 있는 지금이 잘못된 관행을 근절할 적기다. 이번만큼은 일하는 국회를 보게 되기를 기대한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