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설

[사설] 심신미약 여부 판단할 때 엄격한 잣대 들이대야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가해자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심신미약 감형에 반대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관련 청원에 5일 만에 8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동의했다. 우리 형법 제10조는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하고, 심신장애로 인해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책임능력이 없고 고의나 과실이 없는 행위자에게 형벌을 가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범죄자들이 이 조항에 따라 형을 면제 받거나 감형을 받아왔다.

심신미약 감형 폐지는 우리 형법의 대원칙인 ‘책임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법이 국민의 감정과 동떨어져 있다면 개선의 여지가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 심신미약을 방패삼아 응분의 처벌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법원은 심신상실이나 미약 여부를 판단할 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할 것이다.

특히 음주로 인한 교통사고나 폭행·성범죄 등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 형법에도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 대해서는 감형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음주행위 자체는 처벌할 수 없지만 그로 인한 범죄에는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박상기 법무장관이 음주운전 범죄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재판에서도 중형을 구형하겠다고 밝혔다. 거기에서 한발 더 나가야 한다. 외국에 비해 관대한 음주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가해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피해자나 그 가족의 인권은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피해자 측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야 할 것이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