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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공기관 고용세습은 생활적폐… 검찰이 수사해야

“감사원 감사나 국정조사로는 국민적 분노 해소 안 돼… 이런 식의 비정규직 제로는 의미 없어”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일자리 세습은 불공정의 극치다. 수많은 청년들이 취업난으로 인해 고통 받고 절망하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서울시 산하기관인 교통공사는 임직원과 노조 간부들의 아들이나 딸, 형제, 남매, 배우자, 며느리, 형수 등을 특혜 채용하고 정규직화했다. 다른 공기업들도 직계가족과 친인척 채용 및 정규직 전환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공기업 전반에 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서울시가 방어 차원에서 내세우는 감사원 감사나 야당이 정치 공세 성격으로 주장하는 듯한 국정조사가 아니라 검찰 수사는 물론 필요하면 특검도 실시하는 등 온갖 수단을 총동원해서라도 철저히 진상을 파헤쳐야 한다.

공공기관 취업 비리는 사립유치원 비리 못지않은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도 당정청은 사립유치원 비리에 초점을 맞추고 고용세습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는 듯한 모습이다. 서울시와 민주노총 등 현 정부 지지 세력들이 연루돼 있기 때문인가. 정부 대응이 불공정하다는 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고용세습 논란에 대해 “비정규직 차별을 정당화하고, 을과 을의 싸움을 조장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김모군까지 거론하며 정규직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치 ‘정규직화를 하지 말자는 얘기냐’는 투다. 교통공사에 특별히 비리가 있었다고 판단하지 않고 있다는 말에 이어 또다시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을 한 것이다.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교통공사 직원 1285명 가운데 108명이 임직원의 가족이나 친인척이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교통공사의 평균 연봉은 6700여만 원이다. 올 하반기 정규직 공채는 530명 모집에 3만 명이 몰렸다. 60대 1의 경쟁률이다. 청년들은 공기업 입사는커녕 아르바이트 자리도 못구해서 울고 있다.

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여당이 고용세습 비리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이런 식으로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만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사립유치원 비리든 고용세습이든 똑같은 잣대로 다뤄야 한다. 사실 고용세습이 사립유치원 비리보다 훨씬 더 구조적이고 권력형 비리에 가깝다. 인천공항공사에서는 협력업체 간부가 조카 4명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14건의 친인척 채용비리가 드러났다. 한국국토정보공사에서도 임직원 직계가족의 정규직 전환 사례가 19건 나왔다. 여야간 정쟁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위해서라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생활 적폐다. 분노한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향후 처리 과정을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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