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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장 선도가 아니라 시장 추종하는 한국은행

“경기 가라앉는데도 금리 올려야 하는 막다른 골목에… 정책 리스크 과소평가해 경제예측도 빗나가”

한국은행이 지난 7월 2.9%로 수정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일 다시 2.7%로 낮췄다. 시장에서는 0.1% 포인트 내려 2.8%로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결국 한은이 7월 이후 석 달 만에 전망치를 0.2% 포인트 낮춘 건 그만큼 거시경제 전반의 상황이 예상보다 안 좋다는 얘기다.

이처럼 경제가 안 좋아 전망치를 내린 마당에 금리를 올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당연히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는 동결됐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다음 달에 기준금리를 올린 다음 내년에도 4차례나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경기는 더 가라앉는데 한·미 간 금리 차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으로 기준금리를 다음 달에는 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막다른 골목이다. 그래서 조금 과장해 말하면 내달 한은 금통위 결과는 지켜볼 필요도 없게 됐다.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통화정책을 통해 경제주체들에게 경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신호를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내외 경제 전반에 대한 광범위하고 깊은 조사·분석을 수행하도록 막대한 예산이 지원된다. 제도적으로 정권과의 독립성도 보장된다. 하지만 최근 한은과 금통위의 행태는 시장을 리드하고 신호를 주는 것이 아니라 확정된 방향에 편승하는 것이다. 18일 금통위는 이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는 미 연준의 행보와 대조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말기부터 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선 연준의 최근 신호는 명확하다. ‘미국 경제는 과열됐다. 이것이 장기간 지속될 수 없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잇따른 금리 인상과 연준 의사록 발언 등을 통해 이 신호를 분명하게 시장에 보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반발하지만 시장과 국민들은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는 연준이 옳다고 믿는다.

한은과 금통위가 이처럼 무력하게 된 데는 이주열 한은 총재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박근혜정부의 ‘초이노믹스’에서 이번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 지나치게 순응해 통화정책의 독립성과 금리 조정의 실효성을 크게 저하시킨 측면이 있다.

한은의 경제 분석·예측 능력도 짚어봐야 한다. 연초 3.0% 성장률을 예상하며 장밋빛 그림을 그린 건 그렇다 치자. 하지만 최저임금 상향 등 정책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고용과 체감경기가 식어가는데도 국내 경기를 ‘잠재성장률 수준의 견조한 성장세’로 판단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 결과가 석 달 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0.2% 포인트나 낮추는 ‘뒷북 전망’이다. 취업자 증가 폭 전망은 30만명→26만명→18만명→9만명으로 연초에 비해 3분의 1 토막이 났다. 정부 정책 방향과 각을 세우지 않으려는 순응주의 때문에 금리 조정도, 경제 분석도 과녁을 크게 빗나가고 있다는 지적을 한은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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