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설

[사설] 권력집단처럼 구는 한유총의 적반하장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그동안 얼마나 큰 힘을 누려 왔는지 똑똑히 드러났다.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박용진 의원이 “솔직히 겁난다”고 했던 말은 엄살이 아니었다. 학부모가 공분하는 상황에도 이 단체는 거꾸로 소송전에 뛰어들었다. 명단 공개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박 의원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언론을 상대로는 중재위 제소를 준비하고 있다. 비상대책위를 꾸리더니 대형 로펌을 고용해 반격에 나섰다. 툭하면 꺼낸 휴업 카드에 학부모는 발을 구르고 정부는 쩔쩔맸던 기억, 선출직 공직자가 무시할 수 없는 지역사회 영향력을 믿고 이번 사태도 ‘돌파’를 하려는 듯하다. 적반하장이 도를 넘었다. 정부는 유치원 감사 결과의 실명 공개 방침을 18일 확정키로 했다. 한유총의 가처분 신청은 정부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뜻이다. 이익집단을 넘어 권력집단처럼 굴고 있다. 그들의 입김이 통했던 과거가 오늘의 행태를 불렀다. 근본적 개혁이 시급하다.

한유총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사과’를 말했지만 그것은 사과가 아니었다. “사립유치원과 맞지 않는 회계감사 기준 탓에 비리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고 주장했다. “무엇이 맞지 않느냐”는 질문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못했다. “공립유치원 회계를 사립유치원에 맞추면 절대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들이 소송을 불사하며 지키려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회계 흐름이 실시간 감시되는 국가관리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사립유치원에 적용하지 못하게 막으려 한다. 사립 초·중·고교도 다 도입한 시스템에서 사립유치원만 빠져 있고 그것이 비리 유치원을 양산했다. 사태가 불거지자 당정은 에듀파인의 사립유치원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다음 주 발표될 대책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 운영비 절반을 세금으로 충당하면서 투명한 회계를 거부하는 건 그 돈을 떼먹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에듀파인이 사립유치원 실정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비리가 만연한 사립유치원 실정 때문에 에듀파인이 필요하다.

한유총의 적반하장은 그들이 그동안 아이들을 매개로 ‘갑’의 입장에 서 있었음을 말해준다. 바로잡으려면 이중감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에듀파인을 통한 당국의 감시와 감사 결과 실명 공개를 통한 학부모의 감시가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