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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靑, 잇단 美의 ‘과속’ 제기에 ‘아니다’면 그만인가

비핵화 국면에서 한국의 과속을 우려하는 미국 측 목소리가 또 나왔다. 해리 해리스 주한 대사는 17일 아산정책연구원과 미 우드로윌슨센터가 공동주최한 전문가 좌담회 기조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은 알지만 남북관계는 비핵화와 연계되고 한·미 목소리가 일치해야 (비핵화라는) 공동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가 계속해서 북한 문제에 대해 공동의 목소리로 접근하면 평양과 판문점, 싱가포르에서 했던 약속을 현실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고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에 이어 해리스 대사까지 양국 공동보조를 촉구한 트럼프 행정부의 이의제기가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한·미 공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뇌고 있다. 이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미 공조에 대해서 노심초사하는 우국충정을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이제 그만 걱정을 내려놓아 달라. 최상의 협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엇박자를 지적한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한 논평이다. 행간에 비아냥거림이 짙게 배어 있다.

그러면서 덧붙인 내용은 앞선 브리핑과 배치된다. 그는 ‘한·미 공조에 전혀 이견이 없다는 것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부부 사이에도 생각의 차이가 있고 아이들 진학 문제, 집 문제 등 생각이 다를 수 있지 않나. 그렇다고 이혼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두 나라가 큰 틀에선 인식을 공유할지 몰라도 적어도 각론에서는 차이가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양국 사이에 어떤 이견도 없다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잇따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까닭이 없다.

대북 제재 완화를 둘러싼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온도차는 지난 15일(현지시간) 한·프랑스 정상회담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를 더욱 촉진하기 위한 유엔 제재 완화 필요성을 설명하며 프랑스의 협조를 구했다. 그러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었을 경우’라는 전제를 달았음에도 “평양에서 구체적인 공약이 나올 때까지 프랑스는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며 난색을 표시했다.

북한을 대하는 한국과 국제사회의 시각이 같을 수는 없다. 분단의 당사자인 우리로서는 교류의 물꼬를 활짝 터 하루라도 빨리 항구적 평화가 안착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하지만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가 지속되는 한 남북문제를 비핵화 문제와 따로 떼어서 추진하기엔 한계가 있다. 인정하기 싫어도 엄연한 현실이다. 북한과 미국을 우리 속도에 맞추도록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기울이든가, 아니면 국제사회와 보조를 함께하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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