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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탁상행정에 고달픈 국민

지난달 서울 상도유치원 붕괴 사고는 사전에 여러 차례 경고음이 울렸다. “지반이 약해 무너질 수 있다”는 전문가 조사보고서가 이미 4월에 작성됐다. 유치원은 동작구에 “조치를 해 달라”고 5차례나 요청했다. 이런 경고는 구청 책상에 속속 쌓였지만 동작구는 한 번도 현장에 나가지 않았다. 보고서는 시공사에 전달만 했고, 점검 요청이 접수되자 업체에 “현장을 확인하라”는 공문만 보냈다. 모든 업무를 책상에서 처리한 전형적 탁상행정이 참사를 불렀다. 안일한 행정은 칼날처럼 위험하다. 탁상행정이란 말이 나온 지 수십년은 됐는데 아직도 국민의 삶을 위협한다. 기초단체의 미숙함으로 치부하기도 어렵게 됐다. 이번엔 국회가 탁상입법 논란에 휘말렸다.

최근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은 자전거 헬멧과 차량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했다. 모두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공공자전거를 잠깐 탈 때까지 헬멧을 착용하라는 규정은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고 자전거 이용률만 떨어뜨린다는 반발이 거세다. 반대집회까지 열리고 있다. 원래 전기자전거 면허 규제를 완화하려 안전 규정을 강화한 것인데, 입법 과정에서 일반자전거도 포함시켜 사달이 났다. 안전띠 조항은 6세 미만 어린이 문제가 불거졌다. 차량 안전띠는 성인용이라 부모가 어린 자녀와 택시를 타려면 10㎏이 넘는 카시트를 들고 다녀야 이를 지킬 수 있다. 결국 경찰도 단속을 포기했다. 지킬 수 없고 집행할 수도 없는 법을 만든 셈이다.

국회의 미숙한 입법은 동작구의 안일한 행정과 다르지 않다. 2014년 광역버스 입석금지 대란을 비롯해 국민을 고달프게 하는 탁상행정의 폐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중앙정부라고 사정이 다를까. 소상공인들이 아우성치는 최저임금 정책이나 번번이 반짝 효과에 그치는 부동산 정책을 과연 치밀한 현장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겠나. 청와대부터 기초단체까지 탁상행정의 함정을 꼼꼼히 점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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