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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객은 왕’이란 말 이젠 버릴 때 됐다

신세계백화점이 일부 비상식적인 고객들의 지나친 요구나 폭언, 협박 등에 대해서는 응대를 거부할 수 있도록 사원보호 캠페인을 시작했다. ‘고객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미소, 배려가 행복한 일터를 만듭니다. 마주하고 있는 직원을 존중해주세요’라는 내용이 담긴 고객선언문을 매장에 배치했다고 한다. 현대카드는 전화상으로 폭언이나 욕설 등을 퍼붓는 일부 악질 고객에 대해서는 상담원이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불문하고 고객 응대 직원들은 기업과 소비자가 만나는 접점이다. 이들의 언행 하나하나에 기업 이미지와 판매 실적이 좌우될 수 있다. 고객 만족이 경영의 주요 목표인 현실에서 기업이 고객 응대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이 집약된 게 ‘고객은 왕’이라는 말이다. 영어로 ‘고객은 언제나 옳다(the customer is always right)’는 이 표현이 용역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한국 서비스산업과 경영 수준을 크게 높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이 구호가 남용되고 오도되면서 그림자도 커졌다. 이른바 ‘갑질 고객’이 대표적이다. 응대가 소홀하다는 이유로 직원을 무릎 꿇려 사과하게 하고 물건을 던지는 이들의 행동이 공분을 샀다. 고객 갑질은 감정노동에 노출된 판매직 등 서비스업 종사자들에 대한 폭력이다. 갑질로 인해 여성 감정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우울증을 경험했고 세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자살충돌을 느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만취한 채 119구급대원이나 경찰에게 행패를 부리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도 고객은 왕이라는 개념이 가져온 후유증일 수 있다.

갑질 고객이 줄지 않는 배경에는 직원 고충은 아랑곳 않고 고객들의 어떠한 요구도 들어줘야 한다고 믿는 회사의 순응주의가 있었다. 신세계 등의 움직임은 이런 관행이 종식되는 신호로 읽힌다. ‘고객 우선주의’를 넘어 서비스업 종사자와 소비자 간 ‘상호 존중’ 문화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 외국에 비해 유달리 낮은 서비스업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대우도 바뀌어야 한다. 교사와 학생, 공직자와 시민 등 다양한 인간관계를 ‘소비자-판매자’로만 보게 한다는 점에서도 고객은 왕이라는 말은 이제 사라질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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