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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폼페이오 네 번째 평양행, 비핵화 밑그림 그려져야

“미 국무부의 김정은·폼페이오 면담 일정 사전 공개는 물밑 논의가 상당 부분 진척됐다는 긍정적 신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오는 7일 평양을 방문한다. 네 번째 방북이다. 이번 평양행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이전 세 차례 방북과 달리 폼페이오 장관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회동 일정이 사전 고지된 점이다. 세 번째 방북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을 만나지도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옴으로써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점을 생각하면 긍정 신호인 것은 분명하다.

미 국무부가 대변인 공식 브리핑을 통해 김정은·폼페이오 면담 일정을 공개한 것은 비핵화 로드맵에 관한 북·미 간 물밑 논의에 상당 부분 진척이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이런 사전 조율 없이 40여일 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그의 평양행을 승인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3차 방북 때와 달리 진전된 결과물을 도출해낼 것이라는 자신감이 폼페이오의 방북을 가능케 했을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3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성사된 만큼 사전 조율은 80% 정도 이뤄졌다고 본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폼페이오 방북 성사로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대화가 다시 동력을 찾았다. 지난달의 남북 및 한·미 정상회담이 순기능을 했다. 이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4차 방북의 최대 관심사는 비핵화와 그에 상응하는 종전선언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느냐가 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북·미 모두 만족하는 밑그림이 그려지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최종 빅딜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동행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핵화 실무협상을 책임지는 그의 평양행은 북한이 요구하는 상응조치에 대한 미 행정부의 입장이 정리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폼페이오의 동선도 긍정적 신호다. 그는 평양을 방문하기 전 도쿄를 들르고, 짧은 평양 체류 후 서울과 베이징을 차례로 찾는다. 한반도 비핵화와 불가분의 관계인 한·중·일 3국에 사전·사후 설명해야 할 뭔가가 있다는 방증이다. 여러 긍정적 신호에도 불구하고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하는 게 비핵화 문제다. 북한은 폼페이오 방북 발표 직전 “종전선언이 비핵화 조치와 바꿀 수 있는 흥정물이 아니며 미국이 원하지 않으면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방적 비핵화는 없다”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유엔총회 연설과 일맥상통한다.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벼랑 끝 전술로도 볼 수 있으나 비핵화 협상이 지난하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한다.

북·미가 서로를 전폭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핵화 문제를 단칼에 해결하기는 어렵다. 폼페이오 장관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에 대한 김 위원장의 확답만 듣고 와도 성과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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