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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정은, 핵 시설 신고로 북·미 협상 물꼬 터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 일정이 전격 취소된 것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난기류가 흐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계획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인 지난 24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방북 일정이 취소됐음을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 측면에서 충분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소강상태였던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의미 있는 진전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북한이 폐기할 핵 시설 목록을 제출하고 양국이 종전선언에 합의할 것이란 전망이었다. 그러나 양국의 논의가 그 정도 단계까지 진전되지 않았고 신뢰도 부족하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북한은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후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일부 탄도미사일 발사 시설 철거, 미군 유해 송환 등을 이행했지만 핵심인 비핵화 조치에는 소극적이다. 첫 관문인 핵 시설 목록 제시에는 미적대고 있다. 대신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대북 제재의 틈새를 벌리려 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북한이 핵·경제 병진 노선을 포기할 의사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이 줄타기 외교를 아무리 잘 하더라도 핵을 포기하지 않고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남북 관계 개선도 지속되거나 확대되기 어렵다. 북한은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개선하려면 행동으로 비핵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서 대가로 체제안전 보장과 경제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게 순리다. ‘네가 먼저’를 주장하며 지루하게 밀고 당기기를 하다가는 대화의 문이 아예 닫힐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9월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이 점을 분명하게 설명하고 북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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