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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풀 꺾인 폭염… 내년 여름 위해 개선해야 할 것들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던 폭염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아침저녁은 선선함이 느껴진다. 이번 주를 고비로 날씨는 완연히 달라질 듯하다. 마침내 더위가 물러가더라도 우리는 올여름의 고통을 기억해야 한다. 계절 변화는 문제의 해결이 될 수 없다. 폭염은 내년에 다시 찾아올 것이다. 이상고온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잦아지리란 분석은 차고 넘친다. 기후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 것이어서 이 지독한 더위를 한동안 견디며 살아야 한다. 온난화를 막는 노력과 함께 폭염에 적응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온열질환 사망자가 예년의 4.5배나 발생한 이번 여름은 우리 일상에서 폭염에 취약한 부분을 구석구석 보여줬다. 내년 여름을 나기 위해 앞으로 1년간 해내야 할 개선작업 리스트는 대단히 길다.

가장 힘든 것은 역시 저소득층이었다. 무기력한 선풍기에 의존하거나 그것도 없이 살인적 더위와 싸운 이들이 많다. 에너지 빈곤층은 겨울에만 쓰는 말이 아님을 확인했다. 에너지 바우처를 비롯해 지원책을 세밀히 개편해야 한다. 에어컨이 있는 계층도 여름 내내 전기료 공포에 시달렸다. 해마다 한시적 감면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누진제의 불합리함을 손보고 산업용과 가정용 전기료의 차등이 과연 타당한지도 돌아봐야 한다. 올여름 전력수요 예측은 실패였다. 전력수급계획은 결코 구멍이 뚫려선 안 될 사안이다. 111년 만의 폭염은 건설노동자와 배달원 등 근로자의 건강권 문제를 일깨워줬다. 선로와 도로에선 안전사고 위험이 여러 차례 노출됐다. 가축 570만 마리가 폐사했고 농작물 피해면적도 3000㏊에 육박한다. 이는 생활 물가를 폭등시켜 곧 추석 밥상에 영향을 줄 것이다. 폭염 안전 대책, 폭염 농가 대책, 폭염 물가 대책을 정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초·중·고교 방학이 끝나도 더위는 여전한데 학교는 계속 지금처럼 운영할 것인가. 해수욕장은 밤에만 사람이 몰리고 한강캠핑장은 여름 내내 텅 비었는데 레저산업은 이대로 놔둘 텐가. 전기료부터 이런 문제까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검토할 대상은 다 열거하지 못할 만큼 많다. 폭염을 재난의 범주에 넣는 입법부터 완료하고 차근차근 정비해 가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도시에 녹지를 확충하는 중장기 대책이 병행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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