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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건국절 논쟁, 국론 분열만 부채질할 뿐이다

광복절을 앞두고 올해도 어김없이 건국절 논란이 재연됐다. 건국 시점을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선 1919년 4월 13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 15일로 볼 것이냐는 해묵은 논쟁이다. 정권의 성향과 편의에 따라 건국의 기준을 다르게 해석함으로써 뫼비우스의 띠처럼 논쟁이 무한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 진보·보수 진영 간 이념 색깔이 덧칠해지면서 국론을 분열시키는 주 원인의 하나가 됐다.

현행 헌법 전문은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내용은 1948년 제헌헌법 이후 단 한 차례도 수정되지 않고 지금껏 내려오고 있다. 당시 제헌세력들은 진영과 파벌에 관계없이 임시정부수립일을 건국 기준으로 삼는 데 이론이 없었다는 증거다. 주로 진보 진영 쪽에선 헌법 전문을 근거로 임시정부수립일을 건국의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보수 진영은 임시정부는 국가의 3요소를 갖추지 못한 만큼 건국 시점을 정부 수립일로 보는 게 마땅하다는 논리를 편다.

건국절 논란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으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내년에는 범정부 차원의 대규모 건국 100주년 행사도 예정돼 있다. 이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날 국회 자유포럼 주최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 토론회’에 이어 14일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수립일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그러면서 뜨거운 논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필요하다면 논쟁을 해야 한다. 그러나 두 논리 모두 타당한 근거가 있는 만큼 어느 한쪽으로 결론짓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모적 논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진영별로 답은 이미 정해졌기 때문이다. 민생 문제가 산적한 시점에 한국당이 건국절 이슈를 재점화한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보수층을 결집하기 위한 것이라면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대다수 국민들은 먹고사는 문제에 더 관심이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건국절이라는 개념은 없었다. 뚜렷한 개념 정립 없이 광복과 건국을 혼용해온 게 사실이다. 그러다 한 교수가 문제를 제기했고, 여기에 정치논리가 개입되면서 논쟁이 본격화됐다. 건국절 개념을 없애고 임시정부수립일은 임시정부수립일대로, 광복절은 광복절대로 기념하는 것도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줄일 수 있는 한 방법이다. 민주 선진국에선 건국절을 기념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한다. 건국절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 맡기고 정치권은 빠지는 게 낫다. 정치권이 나서봐야 혼란만 가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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