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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정부 역할 더 커졌다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한 남북 정상의 4·27 판문점선언이 나온 지 100일이 넘었다. 연이은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와 달리 판문점선언 이후 한반도 정세는 확연히 개선됐다. 대화와 평화 분위기가 이어지고 제한적이나마 남북 간에 스포츠 분야를 중심으로 교류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얼마 후면 2년10개월 만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이뤄진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들도 긍정 평가할 만큼 놀라운 변화다.

그러나 예상보다 비핵화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국제사회에 공언했던 북·미 양측은 이후 협상에서 이렇다 할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극적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과 연루된 러시아 은행을 제재하는 등 오히려 대북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4일 싱가포르에서 막을 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북·미 외교장관 회담이 무산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 북한은 선 비핵화 후 대북제재 해제 원칙을 고수하는 미국에 맞서 동시적·단계적 방식을 요구하며 회담을 거부했다. 자신들은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에 이어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을 해체하고, 미군 유해를 송환하는 등의 성의를 보였음에도 미국은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게 북의 주장이다. “미국이 우리의 우려를 가셔줄 확고한 용의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 한 우리만 일방적으로 먼저 움직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이용호 외무상의 ARF 연설도 이의 연장선상이다. 대미 압박 전략이다.

북의 의도는 시간을 끌어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는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급한 쪽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거다. 미국은 미국대로 “비핵화 시간표를 정하는 건 김정은 국무위원장 몫”이라며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북·미가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와중에도 정상들이 편지를 주고받는 등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간 건 그나마 다행이다.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우리 정부의 역할은 더 커졌다. ARF에서 남북 외교장관 회담이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강경화·이용호 접촉을 통해 종전선언에 대한 의미 있는 교감을 이뤘다고 한다. 6일엔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가 베이징에서 종전선언 문제를 협의한다. 종전선언은 평화협정 체결로 가기 위한 정치적 선언으로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다가가게 하는 방안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안보를 크게 위협하는 빌미가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미국과 북한이 타협점을 찾을 수 있도록 정부의 외교 역량을 집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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