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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 정상회담 시기보다 내용이 중요하다

“구체적인 북 비핵화 조치 견인하는 회담… 지지부진한 북·미 후속 협상 돌파구 여는 중재 역할 필요”

남북 정상회담 개최 얘기가 나오고 있다. 8월 말이든, 남북 정상이 합의했던 올가을이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언제 어디서든 열릴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까지 합의했던 만큼 새삼스러운 얘기도 아니다. 다만 올해 세 번째가 될 남북 정상 간 만남이 결실을 거두려면 충분한 조건과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 100일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 두 달이 다 돼 가지만 북한의 비핵화 일정은 오리무중이다. 비핵화 후속조치와 종전선언 등을 두고 북·미 간 줄다리기도 계속되고 있다.

미군 유해 송환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는 비핵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문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도 별 성과 없이 끝났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은 선순환적이고 상호 보완적이다. 어느 한쪽만 앞서 나가거나 뒤처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 전 “북·미 정상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답답한 심정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쓸데없는 훈시질’이라고 비난했다.

우선 종전선언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종전선언은 4·27 남북 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연내에 추진하기로 약속한 사항이다. 하지만 미국은 종전선언의 전제조건으로 구체적인 핵 리스트와 비핵화 시간표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종전선언부터 하자고 맞서고 있다. 우리 정부가 북·미 간 중재를 통해 간극을 메워야 한다. 문 대통령이 지난 20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미국 워싱턴으로 파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물론 협상에는 상대가 있는 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야 한다. 어느 경우든 비핵화 전까지 북한에 대해 제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 정상회담이 대북제재를 이완시키는 완충지대 역할을 해선 안 된다. 북한은 벌써부터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요구하는 마당이다.

무엇보다 비핵화 전 과정에서 한·미 공조를 유지해야 한다. 남북과 북·미가 합의한 종전선언은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문제여서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종전선언은 평화협정 체결에 앞서 취할 수 있는 체제보장 첫 단추라는 의미도 있다. 북한이 강력히 요구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긍정적인 태도를 표시한 바 있어 얼마든지 타협이 가능하다. 4·27 남북 정상회담이 6·12 북·미 정상회담을 견인하고 한반도 비핵화의 토대를 마련했다면 앞으로 열릴 남북 정상회담은 비핵화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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