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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은행만 호황인 이상한 경제

상반기 결산을 마친 은행권 업황은 눈부시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4대 시중은행은 모두 당기순이익 ‘1조원 클럽’에 진입했고 실적 성과급 덕에 직원 평균 연봉 1억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2015년 4조원대이던 은행권 연간 순이익은 지난해 11조원대로 급증했다. 올해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다들 아우성인데 은행만 이렇게 호황을 누리는 건 결코 정상일 수 없다. 비결은 구시대적인 영업과 구조조정 속도전이었다. 산업의 윤활유 역할보다 손쉬운 이자 장사에 매달렸고 고용 부진의 고통 분담 대신 인력 감축에 몰두했다.

국내 은행의 전체 이익에서 이자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다.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는 2015년 이후 최고치가 됐다. 선진금융도 경영혁신도 아닌 예대마진에 의존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대출 장부는 더욱 심각하다. 2000년대만 해도 전체 대출 가운데 3분의 2가 기업에 빌려준 거였는데 지금은 50% 정도에 불과하다. 기업대출이 줄어든 자리를 부도율은 낮고 수익률이 높은 주택담보대출로 채웠다. 중소기업에는 워낙 문턱을 높여놔 ‘전당포 영업’이란 말까지 나온다.

더욱이 은행권은 지난 3년간 수익성을 내세워 영업점을 급속히 줄이면서 1만명 가까이 인력을 감축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조절 주문이 쏟아지는 동안에도 양질의 일자리를 없애는 구조조정에 아무런 조절 없이 가속페달을 밟아 왔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주 은행장들에게 “쓸모 있는 금융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동안 은행이 해온 행태는 한국 경제에 별 쓸모가 없었다는 뜻이다. 돈벌이에 매달려온 은행을 향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때가 됐다. 대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주문하듯이 은행업을 하도록 면허를 내준 사회에 그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예대마진 축소, 저소득자 부채 경감, 고용 창출 대책 등 당국이 제시할 항목은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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