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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권의 느닷없는 ‘자살 미화’ 공방

정치권에서 노회찬 의원의 죽음을 두고 ‘자살 미화’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노 의원의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이런 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난센스이고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노 의원 장례식에서 나타난 시민들의 추모 열기는 노 의원이 생전에 보여주었던 삶의 궤적과 정치 지향에 대한 그리움과 존경의 표현이다. 결코 자살을 미화하거나 칭송한 것이 아니다. 안타깝고 충격적인 죽음에 대한 애도일 뿐이다. 그런데도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가 시민들의 추모 열기를 자살을 미화하는 것으로 여긴 것은 잘못이다. 노 의원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인사가 자살을 했다면 이처럼 추모했겠는가.

동시에 자살이 결코 미화되어서도 안 된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의 자살공화국이란 오명을 갖고 있다. 한국자살예방협회가 통계청의 데이터를 받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실제 베르테르 효과가 있다고 한다. 유명인이 자살한 뒤 한두 달 새 평균 600명가량이 뒤따라 목숨을 끊은 충격적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자라나는 세대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자살하면 모든 잘못을 덮을 수 있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자살의 행렬을 끊어야 한다. 자살을 방조하거나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를 허용해선 안 된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열심히 살아가는 것 자체가 가치 있고 소중한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이런 점에서 노 의원이 한 일 가운데 가장 잘못한 것이 자살이다. 자살이라는 잘못된 선택을 한 것에 비하면 드루킹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돈 받은 사실이 세상에 알려져 깨끗한 정치인이라는 자신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수치심을 느꼈다고 해서, 당에 부담을 준다고 해서, 자살을 선택한 것은 아주 큰 잘못이다. 노 의원이 돈 받은 사실을 뉘우치고, 처벌을 받고, 용서를 구했다면 국민들은 그를 용서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노 의원의 자살은 안타깝고 슬픈 일이지 결코 미화할 일이 아닌 것이다. 노 의원이 속했던 정의당을 비롯해 일부 정치권이 만에 하나라도 정치적 목적 때문에 노 의원의 자살을 숭고한 죽음이라도 되는 양 미화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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