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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신중해야 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26일 의결할 예정이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일단 보류했다. 주요 쟁점에 대해 위원들 간 이견이 있어 오는 30일 다시 논의해 결론을 내기로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들의 주주권 행사 지침이다.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최종안에는 배당 관련 주주 활동 범위 확대, 의결권 행사 사전 공시, 주주대표소송, 경영진 일가의 사익 편취나 횡령·배임 등으로 주주 및 기업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큰 기업에 비공개 대화 요구, 미개선 기업 명단 공개 및 공개서한 발송 등을 올 하반기부터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시민단체와 가입자 측 위원들은 최종안에 대해 경영 참여 활동을 배제했고 자산운용사에 위탁 주식의 의결권을 위임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사외이사를 추천하거나 다른 주주들로부터 위임을 받아 위임장 대결을 벌이는 등 경영 참여까지 포함해 더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지나친 주장이다.

국민연금은 성격상 주주권 행사에 신중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지난 4월 말 기준 기금 적립금이 635조원이며 국내 주식에만도 135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상당수 국내 대표 기업의 1대나 2대 주주이며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기업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276개나 되는, 주식시장의 압도적인 큰손이다. 이런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과도하게 행사하면 기업 경영이 위축되거나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에 대한 신뢰가 확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 참여까지 한다면 논란이 벌어질 게 뻔하다. 정부가 기업을 길들이거나 특정 정책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도를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를 무시하고 첫술에 배 부르려 하는 건 과욕이다. 경영 참여 문제는 제도의 효과와 정착 여부를 지켜본 뒤 재논의해도 된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이 맡긴 노후 자금이다. 그런 만큼 기금 운용의 가장 큰 목표는 장기 수익성 극대화와 안정성이 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주주권 행사와 관련, 독립성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에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설치키로 했지만 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계속 보완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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