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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권이 지핀 개헌 불씨 또 꺼트려선 안 돼

“이번 기회 놓치면 개헌은 백년하청… 여권, 야당이 제의한 영수회담보다 더한 요구도 받아들여야”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한 문희상 국회의장의 제70주년 제헌절 경축사는 여러 면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꺼진 개헌 논의 불씨를 되살린 동시에 개헌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의 과제임을 재확인해서다. 개헌은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된 의제다. 정치권이 개헌을 외면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야 한다고 외치는 건 이율배반이다.

문 의장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헌절 경축식에서 개헌은 국민의 명령이라며 “올해 연말까지 여야가 합의된 개헌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여야 영수회담을 제의했다. 지난 1년6개월 동안 국회 논의를 통해 개헌의 방향은 사실상 정해졌다. 기본권을 강화하고, 경제민주화 및 지방분권을 확대하자는 데 여야 간 이론이 없다. 국민소환제 도입을 통한 국회 견제 및 권력이 집중된 대통령의 권한 축소에도 의견 접근이 이뤄진 상태다.

그럼에도 개헌이 이뤄지지 않은 근본 이유는 권력구조에 대한 정치권의 첨예한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건 장삼이사도 다 아는 사실이다. 여야가 권력구조 문제를 매듭지을 능력과 의지가 없다면 국민참여개헌시민행동과 국민개헌원탁회의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제안대로 공론조사위원회에 부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정치권이 미덥지 못하니 이런 제안까지 나오는 거다.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다수 국민들이 바라는 권력구조가 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이와 다른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권, 특히 야당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개헌을 밀어붙이다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정치권에서 먼저 개헌 이슈를 제기했다. 이 기회마저 놓치면 개헌은 백년하청이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중요하다. 지방선거 동시 개헌을 외면한 야당이 이제 와서 무슨 개헌이냐고 옹졸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대통령 개헌안 발의가 진정이었다면 정치권이 지핀 개헌의 불씨를 살려야 할 책임이 대통령과 여당에 있다.

“촛불혁명의 완성은 개헌이다.” 한때 민주당의 최대 유행어였으나 6·13 지방선거 압승 후 좀처럼 들을 수 없는 말이 되어버렸다. 민주당의 승리는 정치개혁을 바라는 대다수 국민들이 몰표를 줬기에 가능했다. 그 정치개혁의 출발점과 종착점이 개헌이다. 이를 위해서는 영수회담 아니라 더한 요구도 수용해야 한다. 야당 또한 독자적인 안과 시간표를 제시해 개헌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런 전향적 조치 없이 개헌을 얘기하니 여권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거다. 누차 강조하지만 현 시점에서의 개헌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당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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