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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두 자릿수 임금 인상… 정책 전환 기회 놓쳤다

“최저임금 2년 동안 29% 상승, 소상공인들 버텨내지 못해…근로장려세제 등과 정책 조합 했어야”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 7530원보다 820원(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됐다. 정부에서는 인상률이 올해 16.4%보다 5.5% 포인트 줄었다며 ‘속도조절을 했다’고 하는 모양이다. 여권에서도 ‘2020년까지 최저임금 시급 1만원’이라는 대통령 공약 시한을 연기한 셈이라며 생색을 낸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인상률이 아니라 인상 금액이다. 시급 820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이미 소비와 투자 부진으로 매출 급감에 직면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로써 최저임금 시급은 2년 새 29% 오르게 됐다. 경제가 활황일 때도 이러한 급격한 인상을 견뎌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경기 둔화 조짐이 완연하고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을 중심으로 고용 감소가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야근과 회식이 줄면서 식당과 술집 등의 저녁 매출마저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다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수출 전선에도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업체인 차 부품업체가 워크아웃을 신청할 정도다.

내년 최저임금이 10.9% 오르면 전체 근로자 가운데 25.0%(경제활동부가조사 기준)에 해당하는 근로자들의 현재 임금이 내년도 최저임금에 못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6월 근로자 수 2024만6000명을 기준으로 27%에 해당하는 근로자 수는 506만2000명에 달한다. 사업주가 고용 조정에 나설 수 있는 근로자 수가 대규모일 수 있다는 얘기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국민 저항권’을 언급하며 불복종까지 선언한 것을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할 수만 없다. 내년 최저임금이 사용자측이 불참한 가운데 노동계와 공익위원만으로 결정된 것도 논란이다. 노동계와 노동계 편향인 공익위원의 일방통행으로 결정된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저임금 제도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 심의는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올인’ 정책기조를 단절할 좋은 기회였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당초부터 의구심을 표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았다. 일하는 저소득층에게 정부가 돈을 더 얹어주는 근로장려세제(EITC)가 더 효과적이며 최소한 최저임금 인상과 EITC의 정책 조합을 실행하는 게 세계 주요국의 표준이 된 지 오래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의 경기 여건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고 솔직히 털어놨어야 했다. 그러면서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수준에 맞게 인상율을 7∼8% 정도로 낮추고 EITC와의 정책 조합 등 전반적인 정책 전환을 시도해야 했었다. 민노총 등 노조의 압박에 밀려 정책 전환의 호기를 또 미루면서 한국 경제는 최저임금 등 비용상승의 늪으로 더욱 깊숙이 빠져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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