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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대사에 큰 족적 남기고 영면한 JP

‘영원한 2인자’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23일 향년 9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빈소가 차려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낙연 총리와 수많은 전·현직 정치인들의 조문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도 조만간 빈소를 찾아 조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직 대통령이 조문할 정도로 그가 우리 현대사에 남긴 정치적 족적이 크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30대 때 중앙정보부를 창설해 초대 부장으로 취임했고, 두 번이나 총리를 역임했다. 또 김영삼 전 대통령, 박준규 전 국회의장과 함께 갖고 있는 9선 의원 경력은 아직 깨지지 않는 기록으로 남아 있다. 1961년 5·16 쿠데타 이후 2004년 총선 참패로 정계에서 은퇴할 때까지 50년 가까운 정치역정 중에서 대통령만 못 해보고 다 해본 그에게 2인자 꼬리표는 숙명이었다.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에 이은 김 전 총리의 타계는 3김시대의 물리적 종말을 의미한다. 이들에 의한 3김정치는 지역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각각 호남, 영남, 충청을 기반으로 한 3김정치는 망국병이라는 지역주의를 심화시켜 오랫동안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은 치명적 장애요소로 작동했다. 그 지긋지긋했던 지역주의가 지난 6·13 지방선거를 계기로 개선된 것은 늦어도 한참이나 늦었다.

이론이 있을 수 있으나 김 전 총리의 최대 업적은 1997년 이른바 DJP 연합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평화적이고 수평적인 정권교체에 핵심적 역할을 한 데 있다. 당시 자민련 총재였던 그가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와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다면 여야 정권교체는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지만 DJP 연합은 우리나라에서도 협치가 가능함을 보여준 유일한 모범 사례다. 문재인정부가 민간인에게 주어지는 최고 등급의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려는 이유 중 하나다.

이러한 공(功)에도 불구하고 김 전 총리는 ‘쿠데타 주역’ ‘유신본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처삼촌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4·19 혁명을 좌절시켰다. 그리고 무고한 국민들을 탄압한 유신독재에 협조했다. 박 전 대통령 인척이라는 이유 하나로 절대권력의 단맛만 봤다는 비판적 평가가 나오는 게 무리는 아니다. 당장 “독재권력에 부역하며 역사 발전을 발목 잡은 인물에게 훈장 수여는 가당치 않다”며 훈장 추서에 반대하는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빗발치고 있는 마당이다.

100% 완벽한 사람은 세상에 없다. 공이 있으면 과도 있기 마련이다. 김 전 총리도 예외는 아니다. 그에 대한 온전한 평가는 역사의 몫이다. 다만 그의 운명을 계기로 망국적 지역주의도 함께 영원히 묻히기를 바란다. 그의 평화로운 안식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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