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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회담 시작하기도 전에 ‘최대 압박’ 안 하겠다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2일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화했다. 1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접견하고서다. 유엔제재 대상인 김 부위원장을 대통령집무실에서 만나고 직접 배웅하는 등 이날 회동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 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매우 훌륭한 친서였다”고 했다. 또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전념한다고 믿는다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도 높이 평가했다. 1주일 전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 선언으로 안개 속에 있던 정상회담이 재개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트럼프는 회담을 한 차례가 아니라 두세 차례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북한에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이란 용어를 더는 쓰길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회담 시작도 하기 전에 제재의 필요성을 부정한 것이다. 15개월 총력 외교전 끝에 얻어낸 유일하게 실효성 있는 대북 지렛대가 유엔의 대북 제재다. 이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 북한의 무차별적인 핵과 미사일 도발에 분노해 중국이 처음으로 북한 고립 조치에 동참한 것도 무효가 될 판이다. 트럼프의 발언이 북한으로부터 더 양보를 얻기 위한 전술적 성격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성과는 물론 회담 이후 북한의 약속 이행도 불확실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경솔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에 잘못된 신호를 줄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와 상관없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풀고 경제지원에 나설 태세였기 때문이다.

사실 북한의 반발에 ‘리비아 모델’ 대신 미국 정부가 내세운 ‘트럼프 모델’도 즉각적인 핵 폐기 대신 북한이 요구한 단계적 비핵화를 용인하는 성격이 강하다. 빅터 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았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 등의 경고를 가볍게 들어선 안 된다. 트럼프 자신은 모르고 있지만, 이미 빌 클린턴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실패한 북핵 폐기협상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게 그들의 지적이다. 합의가 너무 헐겁고 이행에 많은 시간이 걸려 김 위원장이 부친이나 조부가 했던 것처럼 시간끌기와 뒤집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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