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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성 8명 ‘몰카’ 찍었는데 무죄라니

최근 대학가와 지하철, 사진관 같은 일상의 장소로 몰래카메라가 침투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걱정과 불안을 넘어 공포 수준이다. 남성 누드모델을 몰래 촬영한 홍익대 알몸 사진 유포 사건은 남녀 간 성 대결 양상으로 번졌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40만명 이상이 몰렸고 편파 수사를 규탄하는 여성 주최 역대 최다 시위까지 열렸다. 여성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몰카 피해자의 대부분이 여성인 데다 가해자 처벌이 지나치게 관대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자 8명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자 대학생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담당 판사는 “짧은 치마로 보이지 않고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 것 같지 않다”라고 밝혔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찍은 사진이 어디에 어떻게 이용될지 모르는데 단지 짧은 치마로 안 보인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건 납득할 수 없다. 이런 식이라면 긴 치마만 찍으면 죄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성적 수치심에 대한 논리도 모호하다.

피해자가 다수이고 증거까지 명백한데도 몰카 범죄의 처벌 요건인 ‘성적 욕망’과 ‘수치심 유발’의 기준이 모호해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벌금형,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난 비율도 90%에 달한다. 몰카 범죄가 급증하는 추세지만 검찰의 기소율은 2012년 69.7%에서 2016년 41.73%로 대폭 줄었다. 이러니 수사·사법기관이 몰카 범죄를 방관한다는 불신이 생기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수사 관행이 조금 느슨하고, 단속하더라도 처벌이 강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몰카는 단순히 훔쳐보기가 아니라 한 개인의 삶을 파괴하는 인격 살인 범죄다. 촬영물이 유포되면 엄청난 2차 피해도 발생한다. 애매한 법 규정을 시급히 손질하고 처벌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갈수록 다양해지는 몰카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법 개정도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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