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은 20일 오후 3시20분 부산에서 출발한 서울행 KTX 특실 안에서 벌어졌다. 한 남성 승객이 좌석 문제로 목소리를 높여 항의하자 객차 안의 한적했던 분위기는 험악하게 바뀌었다. 승무원이 다른 좌석으로 안내했지만 이 승객의 항의는 한두 마디로 끝나지 않았다.
이를 지켜본 승객 A씨는 21일 SNS에 목격담을 적었다. 그는 “진상을 부리던 승객이 어딘가로 전화해 고함을 지르며 불평을 늘어놓고 여승무원을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미소를 짓는 여승무원에게 ‘웃지 말라’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고 적었다.
객차 안의 소란은 한 중년 남성의 제지로 잦아들었다. 이 남성은 오후 4시 동대구역에서 탑승한 김 장관이었다. 김 장관이 “나가서 이야기하라”고 하자 난동 승객은 “당신이 뭔데”라고 따져 물었다. 김 장관은 “어디서 갑질을 하느냐. 왜 여승무원을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고 윽박지르느냐”고 받아쳤다.
난동 승객이 “공무원이라도 되느냐”고 쏘아붙이자 김 장관은 “그래! 나 공무원이다. 당신이 이러는 걸 두 번째로 보고 있다”고 되받았다. 상황은 난동 승객이 다른 객차로 옮겨지면서 일단락됐다. 김 장관은 서울에 도착할 때까지 수시로 출입문 쪽을 확인하며 난동 승객의 상황을 살폈다고 A씨는 전했다.
A씨는 “말리는 사람이 없었으면 난동 승객이 계속 고함을 지르며 시끄럽게 했을 것이다. 그 공무원이 참 용감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열차에서 내릴 때까지 몰랐는데, 함께 내리던 다른 승객이 그 공무원이 김 장관이라고 말하는 걸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A씨의 목격담은 SNS에서만 4000건 넘게 공유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장관이 주말에는 수행비서와 동행하지 않아 행안부 직원들도 뒤늦게 당시 상황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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