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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근로시간 단축도 세금으로 땜질하나

“기업 충격 완화 위해 탄력근로제 등 유연근무제 확대하고 업종과 지역별 차등 보완책 필요하다”

근로시간 단축은 세계 최장 근로시간의 오명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산재를 줄이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진작 도입했어야 했다. 문제는 당장 신규 인력을 채용하기 힘든 기업들의 충격이 크다는 점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근로시간 단축이 발등의 불로 떨어지면서 일부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면허·교육 등 진입장벽으로 즉각적인 인력 충원이 힘든 노선버스업이나 사회복지서비스업, 집중근무가 필요한 IT업종 등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가 17일 내놓은 근로시간 단축제도 지원대책은 모든 문제를 세금으로 해결하겠다는 임시방편책에 불과하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는 7월부터 300명 이상 기업이 신규 채용하면 1인당 지원금을 월 40만원에서 60만원으로 늘리고 재직자 임금보전 적용기업도 확대한다. 300명 미만 중소기업이 선제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신규 채용을 하면 지원금을 8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늘리고 지원 기간도 최대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한시적 정부 지원금을 받겠다고 일자리를 늘리는 기업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중소기업은 가뜩이나 인력난에 시달리는데 돈 더 줄 테니 근로시간 줄이고 사람 더 뽑으라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중소기업 빈 일자리가 20만개다. 중소기업 취업 기피현상에 대한 근본대책 없는 재정 지원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근로시간이 줄어든 재직자들의 임금까지 세금으로 보전해주겠다는 것도 지나치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면 월급을 적게 받는 것은 당연하다. 외국에도 근로시간 단축 지원 사례는 있지만 법정 근로시간보다 더 낮췄거나 경영난에도 고용을 유지하는 경우다. 문재인정부는 시장에 충격을 줄 정책을 툭 던져 놓고 탈이 나면 세금으로 메우는 땜질 정책을 계속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일자리가 늘지도 않을뿐더러 경제를 왜곡시키고 심각한 후유증을 불러올 뿐이다.

근로시간 단축 충격을 줄이기 위한 탄력근로제 등 유연근무제 확대와 업종·지역별 근로시간 단축 차등 적용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노동계 반발을 우려해 탄력근로제 확대를 미적대고 있는데 너무 안이하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몰리는 시기에 근로시간을 연장하는 대신 일이 없는 시기에는 단축해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 기준에 맞추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탄력근로제 운영기간을 2주 이내(취업규칙) 또는 3개월 이내(노사 서면합의 시) 단위로 적용하고 있는데 선진국들처럼 1년으로 늘려야 한다. 경직된 노동시장 개혁도 필요하다. 노동시장을 유연화하지 않고 세금만 퍼붓는 미봉책으로는 일자리를 늘릴 수 없다. 기업들이 경기가 안 좋을 때 근로자를 줄일 수 있어야 신규 채용도 활발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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