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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근로시간 단축에도 세금 쓰겠다는 정부 걱정스럽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걱정스럽다. 일자리 나누기와 근로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도입했지만 사업주와 근로자들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사업주 지원, 청년고용 지원에 이어 다시 돈을 써서 제도를 정착시키겠다는 것도 합당하지 않다.

고용노동부는 10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존 근로자의 임금 감소분을 1년간 한시적으로 월 10만∼40만원 지원하기로 했다. 기업에는 근로자를 신규 채용할 경우 1년간 월 40만∼80만원을 지원한다. 유럽 선진국들은 법정근로시간보다 근로시간을 단축한 기업과 근로자에게 지원금을 준다. 우리의 경우 개정된 법에 따라 근로시간을 지키면 돈을 준다는 것이어서 법률 시행 방법치고는 억지스럽다. 더구나 사업주와 근로자가 조성한 고용보험에서 지원금을 충당한다니 생색을 내는 것도 지나치다.

돈을 지원한다고 고용이 반드시 늘어나지 않는다. 청년일자리 대책 3대 핵심사업은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청년구직촉진수당, 청년내일채움공제 등이다. 지난해 집행률이 30∼50%대에 그쳤고 올 들어서는 2월까지 집행률이 0.7∼13.6%로 저조하다.

실업률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3월 고용동향’을 보면 전체 실업률은 4.5%로 실업자가 3개월 연속 100만명을 웃돌고 있다. 특히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11.6%로 1년 전보다 0.3% 포인트 늘었다. 내수 부진과 최저임금 인상에 영향을 받는 도소매·음식숙박업 취업자가 지난달 11만6000명 줄어 4개월 연속 감소세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더 줄고 업주들의 부담은 더욱 늘어난 상태다. 주 52시간 근로제도 고용인력을 늘리는 것이 목표이지만 기업들은 인력 추가고용에 따른 비용 증가를 호소하고, 상당수 근로자들은 임금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벌써부터 공정의 자동화, 공장의 해외 이전 등 부정적인 반응들이 나오고, 오는 7월 시행이라는 시간에 쫓기면서 연착륙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는 일자리 창출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문재인정부의 대표적 노동정책이다. 지금 분위기로는 노사 당사자에게 고용난을 가중시키는 ‘쌍두마차’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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