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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입 개편안 떠넘기기에 급급한 교육부, 주무부처 맞나

“구체적인 정책 제시하지 못한 무능 교육부… 국가교육회의, 각계 의견 수렴해 명쾌한 해법 내놓아야”

교육 현장의 혼란이 극심하다. 현재 고3부터 중3까지 각각 다른 방식의 대학 입시를 치르고 각론도 수시로 바뀌고 있다. 최근에는 교육부가 2020학년도 대입 전형에서 정시 모집을 늘려달라고 요청하는 바람에 19개월 후 수능을 치르는 고2 학생과 학부모는 혼돈에 빠져있다. 대입뿐만 아니다. 어린이집·유치원 영어교육 금지, 교장 공모제 등 오락가락하는 교육 정책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상곤 교육부 장관 사퇴, 교육부 폐지를 요구하는 글이 넘쳐날 정도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당국의 행보에 넋을 놓을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 기름을 부은 대입안이 11일 발표됐다. 중3 학생부터 적용되는 2022학년도 대학 입시 개편안이 그것이다. 지난해 8월 개편안이 전격적으로 1년 미뤄진 지 224일 만이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것은 정부 부처가 내놓는 ‘시안’이 아니라 ‘이송안’이다. 입시 주무부처로서 책임감을 갖고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단지 정시와 수시 통합, 수능 절대평가 전환,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 등 논의할 과제들만 잔뜩 나열해서 국가교육회의에 떠넘겨 버렸다. 결국 교육부는 지난 1년 동안 각종 위원회와 정책 연구, 포럼, 여론조사 등으로 세금을 펑펑 쓰고도 어떠한 결정도 하지 못했다. 김 장관은 브리핑에서 “(이송안에) 교육부 입장은 들어가 있지 않다”고 했고 수능 절대평가 전환은 “정부 입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입 제도 개편에 발을 빼는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다. 김 장관의 실망스러운 행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은 정책숙려제를 통해 추후에 논의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동안 해결책을 찾지 못해 끙끙대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사태가 심각해지자 면피용으로 공론화를 택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대입 개편안은 국가교육회의로, 학생부 개선안은 앞으로 무작위로 뽑힐 국민 100명에 전가한 꼴이다.

공은 이제 국가교육회의로 넘어갔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지난해 9월 구성된 국가교육회의는 문재인정부의 교육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교육 컨트롤타워’다. 오는 8월까지 수능 개편안과 학생부 개선안을 내놓아야 하고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문제, 고교학점제 등 논란이 많은 개혁안의 골격도 마련해야 한다. 교육 현안 하나하나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난제들이어서 결코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이다. 그럴수록 객관적이고 공정한 논의로 해법을 도출해내야 한다. 균형성과 전문성, 대표성 등을 고루 갖춘 인사들로 특별위원회를 만든 뒤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 주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한시라도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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