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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와대의 인사 외압설 해명 설득력 떨어진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부설 한미연구소에 대한 정부의 인사 외압설 파장이 만만치 않다. 정부가 보수 성향의 소장 및 부소장 교체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12년째 매년 20억원씩 지원해온 예산을 오는 6월부터 끊기로 했다는 게 의혹의 요체다. 청와대 인사가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블랙리스트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사실이라면 문제는 간단치 않다. 연구의 독립성을 중요시하는 미국 내에서 이런 논란이 불거졌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청와대는 이런 점을 인식한 듯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청와대는 소장 교체를 요구한 적도, 직접 개입한 적도 없다고 했다. 다만 소장의 장기 재직과 허술한 재정 집행이 예산 지원 중단의 사유라고 설명했다. 해명과 달리 청와대 인사가 개입한 정황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한미연구소에 보낸 이메일 등에 청와대 행정관이 등장한다. 그에게 보고됐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청와대의 주장이 설득력 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회 논의에 따른 후속조치라는 청와대의 추가 해명도 궁색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예산 심의 과정에서 여야 합의가 아닌 부대 의견으로 포함됐고, 이마저도 예산 지원 계속 여부는 올해 정기국회에서 결정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대미 공공외교의 성과와 투명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것은 사실이다. 특히 한미연구소의 운용 효용성 문제도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그렇더라도 개혁 방식이 너무 거칠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실제 국내에서처럼 특정 인사 경질을 요구한 게 사실이라면 미국의 싱크탱크 문화를 한참 모르는 행태다.

정부는 예산 지원 중단 이유를 투명하게 밝혀 의혹을 해소해 주기 바란다. 강하게 부인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정부와 한미연구소가 서로 주고받은 이메일과 자료 등이 보존돼 있을 것인 만큼 진위를 가리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청와대 인사 개입 의혹 또한 전후 사정을 솔직하게 밝히는 것이 도리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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