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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정은의 단계적 해법 둘러싼 한·미 엇박자 우려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30일(현지시간) 북한 관련 선박 27척과 무역회사 21곳, 개인 1명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북한의 석유와 석탄 해상 밀수를 도운 혐의다. 안보리 차원에선 역대 최대 규모다. 미국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북한이 적극적인 대외 관계 개선에 나선 와중에 단행됐다는 점이 포인트다.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기 전까진 최대한의 대북 압박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 이후 중국에 의한 대북 제재 균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단계별 비핵화를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선(先) 핵 폐기 후(後) 보상’이라는 리비아식 해법과 배치된다. 단계별 비핵화로 협상 지연이나 대북 제재 완화를 노리지 말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다. 나아가 한·미 FTA를 북·미 대화에 연계하겠다고 시사한 대목은 미국 입장에 동조해달라는 우리 정부에 대한 요청으로 읽힌다. 자신의 뜻대로 비핵화 협상을 끌고 가겠다는 전략이다.

북핵 문제 해결은 국제사회가 모두 한뜻으로 움직여도 쉽지 않다. 그런데도 한·미 간 엇박자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리비아식 해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검증과 핵 폐기는 순차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북한의 단계적 해법과 닮아 있다. 최근까지 일괄타결 해법을 강조하던 것과 차이가 난다. 한·미 간 이견은 대북 제재 전선에 균열을 초래하고 대북 협상력도 약화시킬 수 있다. 자칫하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기회를 놓치고 군사적 위기 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근 북핵 상황은 예전과 다르다. 북한이 핵 완성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핵이 동결되면 우리는 핵을 맞대고 살아야 한다. 과거 협상 방식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흔들림 없는 한·미 공조가 필요하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담보 없이 남북 관계 개선만 서둘러선 안 된다. 북한의 과감한 조치를 이끌어내야만 미국도 설득할 수 있다. 북한식 해법과 리비아식 해법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내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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