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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악의 미세먼지… 국민 건강권 지킬 처방 절실하다

“사흘째 전국을 잿빛으로 뒤덮은 초미세먼지… 안심하고 숨 쉴 수 있는 처방 속도감 있게 나와야”

미세먼지가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주말 최악의 초미세먼지(PM2.5)가 전국을 뒤덮은데 이어 26일 오전 하늘은 안개까지 자욱해 마치 가스실을 연상하게 했다. 희뿌연 공기를 조금이라도 덜 마시려고 직장인들은 마스크를 쓴 채 발걸음을 재촉했고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은 불안에 발을 동동 굴렀다. “마스크가 아니라 방독면이 필요한 게 아니냐” “이민 가고 싶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만큼 시민들의 표정은 잿빛 하늘만큼이나 답답하고 우울해 보였다. 인터넷상에는 불안을 토로하는 네티즌의 글이 폭주했고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우려를 넘어 분노가 가득했던 사흘이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지역은 25일 하루 평균 역대 최악의 초미세먼지 수치를 기록했다. 경기는 102㎍/㎥, 서울은 99㎍/㎥로 각각 지난 1월 16일(100㎍/㎥)과 지난해 12월 30일(95㎍/㎥)에 세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26일에는 아침부터 초미세먼지 농도가 치솟자 정부는 수도권에 올해 들어 네 번째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했다. 문제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5월까지 한반도 상공을 수시로 드나들 것이라는 데 있다. 환경 당국은 서풍으로 인한 중국발 요인에 한반도 대기 정체, 국내 요인까지 겹쳐 미세먼지가 당분간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와 지자체들의 대응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도로 청소차로 길에 물을 뿌리고 시민들에게 외출이나 격렬한 실외 활동을 자제하도록 당부하는 정도다. 대부분 권고사항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지는 저감조치를 내리고 일평균 환경 기준를 강화하는 것이 정부가 내놓고 있는 대처다. 대기오염물질이 극심한 상황에서 국내 기준만 바꿔서 뭐가 달라지겠느냐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영유아 및 어린이 같은 건강 취약계층에는 더 치명적인 위험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세먼지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지키겠다며 임기 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줄이고, 이를 추진할 대통령 직속 대책 기구를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여러 가지 대책이 쏟아졌지만 이전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과 관련 법안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자동차 보급을 확대하고 오염 원인국인 중국이 책임 있는 자세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협력에 나서도록 압박할 필요가 있다. 국회도 수개월 동안 계류 중인 미세먼지특별법을 심의해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국민이 안심하고 숨 쉴 수 있는 종합 처방이 속도감 있게 나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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