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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개헌안, 국민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가

“헌법에는 모든 국민이 공감하는 보편적 가치 담겨야… 압박 대신 국회가 논의하도록 대안 찾아야”

청와대가 20일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중 전문과 기본권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청와대의 설명에 따르면 대통령 개헌안은 기본권을 확대해 국민의 자유와 안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부당한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저항권을 헌법에 담기 위해 전문에 5·18 민주화운동과 6·10 항쟁을 추가하고, 국민발안제·국민소환제를 명시해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헌법이 1987년 이후 사회적 변화와 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충분히 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 중심 개헌’이라는 방향은 바람직하다. 생명권, 안전권, 정보기본권 등을 명시하는 것도 국민의 기본권 신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긍정적이다.

그러나 헌법은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공감하는 보편적 가치를 담은 근본 규범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모든 국민이 자연인으로서 갖는 자유와 권리를 침해받지 않도록 보호하고, 통치의 기본 원리를 담아 누구도 정치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헌법의 존재 이유다.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보편적으로 공감하는 가치를 절제된 언어로 담아야 하는 것이다. 특정 정치세력이 갖는 지향점과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만 강조된다면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 많은 나라가 법률에 비해 헌법 개정 절차를 까다롭게 한 것은 인류가 추구하는 수없이 많은 가치 중에서 국민 대다수가 수긍할 공통분모를 찾아야 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개헌안은 바로 이 점을 간과했다. 국민 모두를 아우르겠다는 노력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촛불혁명 완성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모습으로 비칠 가능성이 높다. 헌법에는 5·18 민주화운동과 6·10 항쟁이라는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이 갖는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추출해 담는 것이 타당하다. 당장 이들 사건을 헌법에 담는 것을 반대하는 정치세력이 있다. 그들의 논리가 합리적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은 개헌과는 다른 문제다. 국민발안제·국민소환제도 마찬가지다. 대의민주주의와의 충돌, 부침하는 여론이 여과 없이 법제화되는 데 대한 우려, 여론재판 가능성 등 논란거리가 적지 않다. 이런 사안을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헌법에 담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청와대는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하는 과정에서 국회에서의 개헌 논의 촉발이라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실제로 그렇게 진행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6·13 지방선거 때 대통령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계획은 이미 실현하기 어려운 목표가 됐다. 그렇다면 국회에서 정당들이 개헌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도록 대안을 찾아야 한다. 밀어붙이는 방법은 오히려 개헌에 방해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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