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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남 ‘로또 아파트’에 몰린 수만명 인파가 말하는 것

“문재인정부의 4차례 부동산대책에도 집값 못 잡아… 규제 위주의 수요 억제 정책은 실패한다”

지난 주말 신문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은 문재인정부의 실패한 부동산정책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16일 문을 연 ‘디에이치자이 개포’ 모델하우스 앞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S자를 그려가며 줄이 늘어섰다. 오전 10시 문을 열기도 전에 평일임에도 4000명이 대기했고, 방문객들은 모델하우스에 입장하기 위해 4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18일까지 4만여명이 다녀갔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아 당첨만 되면 수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 정부는 4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강남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했지만 시장은 비웃고 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분양되는 이 아파트는 중도금 집단대출이 없어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최소 7억원 이상이 있어야 청약할 수 있다. 정부가 분양가를 규제하면서 결국 돈 있는 부자들만 ‘로또 아파트’에 청약할 기회가 생겼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부가 강남 부자들에게만 유리한 정책을 펴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강남 집값을 겨냥한 재건축 규제도 애꿎은 비강남 지역이 피해를 보고 있다. 현 정부 들어 투기과열지구 내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등 재건축 규제들이 쏟아졌다. 재건축이 사실상 봉쇄되니 안전진단을 통과한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나 신축 아파트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준공 후 30년이 지난 서울 아파트 단지 중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곳은 10만여 가구다. 이 중 강남 3구 재건축 단지는 16%에 불과하다. 그나마 서초와 강남구 주요 단지는 이미 재건축이 완료됐거나 안전진단을 마쳤다. 반면 재건축이 필요한 노후 단지는 비강남권인 양천구에 2만4000여 가구, 노원구는 8000여 가구가 넘는다. 이들 아파트는 수십 년 전에 지어져 생활하기 불편하고 주차공간도 협소하다.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삶의 질을 외면하고 정부가 개인 재산권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문재인정부가 노무현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보고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규제 일변도의 수요 억제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곳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나중에는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더 폭등한다. 이 단순한 수요 공급의 원리를 국민들은 아는데 정부만 모르고 있다. 정부는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 다음 달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된다. 이 정부 1급 이상 공직자의 42%가 다주택자다. 이들 중 몇 명이 집을 팔았는지 확인해 보면 정부가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펴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할 일은 강남 집값을 때려잡는 것이 아니다. 집 없는 서민들의 주거공간을 늘려주고 중산층의 주거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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