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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와대, 개헌안 발의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청와대가 오는 21일로 예정했던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발의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개헌은 국민의 대표가 모인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통해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청와대가 물러서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13일 대통령 직속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자문안을 발표하면서 내용은 공개됐지만 대통령안이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닌 만큼 국민들이 정확하게 이해할 시간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큰 의미는 없다. 청와대는 아무리 늦어도 문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면 개헌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6·13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려면 일정상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불과 10여일 안에 여야가 지방선거 때 상정할 합의안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한국당이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거쳐 통과될 리도 없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모든 후보가 개헌에 찬성했더라도 실제로 헌법을 바꾸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국민적 합의를 위한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고, 지향하는 이념이 다른 정당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정치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가 최선을 다했는지 의문이다. 문 대통령의 핵심 참모 누구도 적극적으로 국회 설득에 나서는 것을 보지 못했다. 청와대는 행동 없이 시간만 끄는 국회를 대신한다며 일사천리로 개헌안을 마련한 것 외에 무슨 일을 했는지 자문해야 한다. 더구나 대통령안에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조차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지방선거까지 시간이 없다고만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개헌이 이렇게까지 표류하게 된 가장 큰 책임은 한국당에 있다. 한국당은 금명간 의원총회를 열어 당 개헌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오는 6월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이후 동력이 뚝 떨어질 것을 생각하면 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말로 들린다. 그런데도 책임을 청와대와 여당에 떠넘기고 있다. 한국당은 우선 선거의 유불리를 따지며 시간을 끈 것을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개헌을 할 생각이 정말 있는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진지하게 청와대를 상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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