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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진영 논리로 미투 운동 흔들지 말라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 미투(#MeToo) 운동을 진영논리에서 접근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우려된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지난 24일 공개된 팟캐스트에서 (특정 세력이) 미투 운동을 문재인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는데 적절치 않은 발언이다. 최근 미투 운동을 통해 가해자로 폭로된 이들은 진보 성향 인사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김씨의 발언은 가해자로 추가 지목될 인사들이 정치 공작의 희생양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또 정치 공방으로 미투 운동의 의미를 변질시키고 추가 폭로를 위축시킬 수 있어 위험하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진보적 인사는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어도 방어하거나 드러나지 않게 감춰줘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비판을 가했는데 온라인상에서는 오히려 ‘논점을 잘못 이해했다’며 금 의원을 비난하는 글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손혜원 의원도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어처구니가 없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진영논리에 기대 미투 운동을 바라보는 것이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성폭력 문제에 접근하는 건 문제 해결을 방해하는 것이다. 가해자는 정치적 성향이 어떠하든 가해자일 뿐이다. 권력 관계를 이용해 성적 욕구를 비뚤어진 방식으로 해소하고 인권을 짓밟은 행위는 누구든 용납될 수 없다. 현 정부나 진보 인사들에 대한 추가 폭로로 진보 진영이 분열될 것을 우려하기 전에 성폭력 범죄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다.

미투 운동이 확산되는 건 우리사회에 성폭력 불감증이 만연해 있음을 의미한다. 성폭력 근절에는 여와 야가 따로일 수 없다. 정치권은 진영 논리를 떠나 올바른 성문화 조성에 힘을 합쳐야 한다. 여야 정치권이 최근 앞다퉈 성폭력을 근절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 제정 및 개정에 나서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 일시적 관심이나 시늉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실효성 있는 법안을 마련하는 데 여야가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아울러 미투 운동을 정치 공세에 이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내부의 성범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자정 능력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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