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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 ‘핵 있는 평화’ 망상 버려야 대화 가능하다

“정부, 북한 김영철과 남북관계 등 집중 논의… 김정은, 비핵화 의지 보여야 미국과의 대화 문 열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26일 오찬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부위원장은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이미 여러 차례 밝혔다고 언급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미국과의 대화 의사가 있다는 뜻을 전달한 데 이어 연이틀 북·미 대화에 나설 의사를 피력한 것이다. 북·미 대화가 주요 의제임을 시사한다. 또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과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발전, 국제사회 협력이 균형 있게 진전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기로 함에 따라 지난달 고위급회담에서 합의했던 다양한 분야의 교류 활성화와 군사당국회담 문제도 논의됐을 것 같다.

현재까지의 모양새를 볼 때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는 평가할 만하다. 김정은이 김 부위원장의 입을 통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겠다고 표명한 점은 도발에서 대화로 가는 중차대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비핵화 언급에 반발하지 않은 점도 판을 깨지 않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미국이 “비핵화로 향하는 첫걸음인지 지켜보겠다”며 대화의 입구를 열어놓은 점도 나름 성과다.

남·북·미 정상 간의 간접 의견 교환으로 북·미 대화의 기초 여건은 마련됐지만 낙관하긴 이르다. 김 부위원장은 북·미 대화 의사를 밝히면서도 의제에 대해선 “전제 조건이 없다”고 했을 뿐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 우리 정부에 대한 립서비스일 수 있다. 한국을 약한 고리로 삼아 대북 제재를 느슨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북한이 이후 대화 국면에서 경제적 반대급부를 요구할 경우 상황은 급반전될 수 있다. 북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상존하는 것이다.

김정은이 답을 내놓아야 할 차례다. 비핵화 의지 또는 이에 버금가는 진정성 있는 행동을 실천해야 대화 국면이 열린다. 최소한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중지 등의 성의를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북·미 접촉이 이뤄지기 힘들고, 이뤄진다 해도 북측이 바라는 것을 얻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핵 있는 평화라는 허황된 꿈에서 벗어나 성실하게 대화에 임해야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북한과 미국을 상대로 한 문재인정부의 중재 외교는 이제부터가 더욱 중요해졌다. 북·미 대화가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의 접점을 마련하는 의미 있는 대화가 되도록 양측을 향한 설득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우선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대미 특사를 파견해 철저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한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후 정치적 논란이 적은 인물을 대북 특사로 파견해 김정은을 움직여야 한다. 아울러 양분된 국내 여론을 하나로 모아내도록 진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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