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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당, 논리도 품위도 없는 비난으로 민심 못 얻는다

자유한국당이 26일 ‘김영철 방한 규탄대회’를 열고 장외투쟁에 나섰다. 지난 22일 북한이 방남 고위급 대표단 명단을 통보한 뒤 시작된 격렬한 대여 투쟁의 일환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체제 전쟁’이라고 했다. 한국당의 기세를 보면 전쟁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대남 공작을 총괄 지휘한 북한군 정찰총국장이었던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도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을 지시한 김정일을 만났다는 점을 들지만 이는 논리만 앞세운 냉정한 이야기다. 천안함 유족의 눈물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전후해 남북 관계가 개선되는 과정에서 북한에 마냥 끌려 다녔고, 심지어 김영철의 방남을 두둔한 점도 생각해야 한다. 국민감정이 그만큼 우호적이지 않은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을 의무를 가진 제1야당 한국당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 강력한 야당의 목소리는 정부의 협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당은 도를 넘었다. ‘종북 주사파 청와대 참모들의 국정농단’ ‘남북 연방제 통일을 시험하는 문재인정부’라는 말에서는 논리적 근거도, 품위도 찾을 수 없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흩어진 지지 세력을 규합하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보일 뿐이다. 문재인정부를 ‘좌파 국가주의’로 몰아붙이고, 실수해 스스로 넘어지기만을 기다려서는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힘들다.

한국당은 얼마 전까지 집권여당으로서 남북 관계를 직접 다뤘던 보수정당의 후신이다. 지금의 곤혹스러운 한반도 현실을 극복할 지혜와 경륜을 갖춘 인재도 적지 않다. 시위를 하며 구호를 외치지 않아도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김영철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조언할 기회는 많다. 그 자리는 청계광장이 아니라 국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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