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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첨예하게 격돌한 文-李… 정치보복 논란 언제 사라질까

“MB가 ‘노무현의 죽음’ 언급하자 분노 가감없이 표출한 문 대통령… 전직 대통령 불행史 계속될 듯”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거론하며 정치보복을 주장한 것에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모욕’ ‘사법질서 부정’이라며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개인적인 노기(怒氣)마저 느껴진다. 불과 두 문장짜리 입장문이지만, 이 전 대통령을 향한 고강도 비판 메시지다. 이 전 대통령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판단이다. 현 정권과 전전 정권이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다. 당장 검찰 수사는 물론이고 6·13 지방선거 판도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입장에선 운명적 관계인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언급된 것에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느꼈음직하다. 거론한 이가 이 전 대통령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친노 진영에선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선택 배경에 이명박정부의 무리한 검찰 수사가 있었다는 인식이 여전하다. 반드시 검찰청 포토라인에 세워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이도 적지 않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한 것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 같다.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을 딛고 정권을 잡은 만큼 적폐청산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으론 다섯 번째로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는 쪽으로 한 발짝 더 접근한 모양새다. 전직 대통령에 이어 전전 대통령까지 사법처리되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분노를 검찰을 향한 가이드라인 제시라고 판단했다.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사를 촉구했다. 검찰 수사가 보수 정권 때의 일에만 집중돼 정치보복이란 논란을 키우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권 일각에선 특활비 일부가 이 전 대통령 부인의 명품 구입에 사용됐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제2의 논두렁 시계를 연상케 한다. 물증 없는 흠집내기는 비생산적 공방만 양산할 뿐이다. 특히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현직 대통령까지 나서서 직접 충돌하는 모양새는 국민통합이나 정치적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권교체기마다 되풀이되는 정치보복 논란의 사슬을 이제는 끊어낼 때가 됐다. 개인 비리는 단죄하되 관행은 제도 개선으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다. 과거만을 따지기엔 우리의 미래가 너무 불안하다.

전직 대통령이라도 혐의가 있다면 수사를 받는 게 당연하다. 이 전 대통령이 “모든 일의 최종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밝힌 만큼 검찰의 진상 규명에 적극 협조할 필요가 있다. 반발성 성명이나 발표한다고 사태가 수습되지 않는다. 당당하다면 각종 혐의에 대해 납득할 만한 소명을 내놓고 국민적 의혹을 해소시켜야 한다. 측근들이 ‘노무현정부 파일’ 존재를 거론하며 폭로전을 시사한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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