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설

[사설] 국정원 특수활동비 집행 투명성 더 높여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국가정보원장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4일 추가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안봉근 정호성 이재만 전 비서관 등과 공모해 3년여 동안 36억5000만원의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아 사용했다. 상납을 요구한 것도 그렇지만 사용처를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최순실 등과 연락을 위해 사용한 차명폰 구입과 요금 지불, 삼성동 사저 관리, 기 치료와 주사 비용, 대통령 전용 의상실 운영 등에 사용했고 측근 3인방에게 활동비와 휴가비 명목으로 9억원 이상을 줬다고 한다. 공적 업무와는 무관한 일에 국가 예산을 쌈짓돈으로 전용해 물 쓰듯 한 것이다. 최소한의 공직윤리도 내팽개친, 용서할 수 없는 행위다.

이번 일은 국정원 특활비에 대한 제도 개선이 왜 필요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국가안전보장을 위한 활동에 사용하라고 편성한 예산이 기밀이라는 이유로 통제되지 않는 가운데 엉뚱한 곳에 전용돼 낭비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정치권이나 국정원 관계자 등의 증언을 보면 국정원 특활비 전용은 전 정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박근혜정부가 유독 심했을 수 있지만 국민의정부나 참여정부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한다.

정부가 올해 국정원 특활비를 폐지하고 안보비 비목으로 전환했다. 관련 예산도 680억원 삭감했다. 일반적인 기관운영비는 집행·증거 서류를 구비하도록 하는 예산집행 지침도 마련했지만 이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예산 집행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은 지속돼야 한다. 국정원의 특성상 기밀 유지를 위해 사용처를 밝히지 않아도 되는 예산을 두는 게 불가피하지만 합리적인 수준의 예산 통제는 필요하다. 청와대와 국정원 고위층들의 공직윤리 확립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않는다면 자신들도 결국 단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