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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글로벌 시대 역행하는 유치원·어린이집 영어교육 금지

“저소득층의 영어 교육 기회 박탈하는 처사… 사교육 풍선효과와 교육 양극화 심화시킬 것”

교육부가 이르면 내년부터 유치원·어린이집에서 영어교육을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현행 유아교육법상 정규 교육과정에는 영어를 가르치지 못하도록 돼 있지만 방과 후 과정은 별도 규정이 없다. 이에 따라 전국 대부분 국공립·사립 유치원과 어린이집들이 방과 후 과정 등을 통해 영어교육을 시키고 있는데 자체 지침을 마련해 이를 금지하고, 어길 경우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감정발달이 중요한 시기인 유아기에 학습 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고 놀이 위주로 바꾸기 위한 취지라고 한다. 명분은 그럴 듯하지만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우물 안 개구리로 돌아가자는 심산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는 앞서 초등학교 1, 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도 내년 3월부터 금지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영어 알파벳도 배우지 못하게 된다. 문제는 정부가 영어교육을 금지한다고 영어교육이 사라질까 하는 점이다. 지금은 심리적 국경이 허물어진 시대다. 만국의 공통언어가 돼 버린 영어를 외면하고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해외나 국내에서 외국인들을 만나보면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의 국민들도 영어를 모국어처럼 체득해 유창하게 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입시 위주의 학습을 해온 우리는 입도 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어려서부터 영어에 접할 기회를 더 늘려줘도 부족할 판에 역행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교육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점이다. 영어교육의 필요성을 아는 학부모들은 정부가 영어교육을 금지하면 비싼 사교육 시장으로 몰려갈 것이다. 교수나 일부 대기업 직원, 공무원 등은 해외 연수기회를 통해 자녀 영어교육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 부유층은 월 200만원이 넘는 영어유치원이나 외국으로 나가서 영어교육을 시키는데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은 몇 만원에 영어교육을 시킬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당하게 된다. 초등학교 3학년이 돼서 알파벳을 공부하는 아이와 이미 영어에 익숙해진 아이 중 누가 더 영어를 잘할 것인지는 명약관화다. 부의 대물림이 교육의 대물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발달기의 조기 언어교육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 이중 언어교육이 혼란을 준다는 비판도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노래나 동화 등을 들려주며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해야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일방의 주장을 선(善)인 양 밀어붙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아이와 학부모들의 학습선택권을 제한하고 정부가 개입해 영어교육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오죽하면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반대가 쏟아지고 과거 군사정권의 두발단속과 뭐가 다르냐는 비판이 나오겠는가. 영어 조기교육 금지는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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